비상계엄 이후 5.18 추모 분위기 고조
민주묘지 참배객 줄이어
기념공연 및 전시 풍성해
1980년 5월 군사독재에 맞서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기념하는 추모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12.3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계엄군에 맞서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5.18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7일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참배객 3만5115명이 민주묘지를 찾아 5.18 정신을 되새겼다. 4월에만 1만2287명이 다녀갔고, 5월 들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2606명이 참배했다.
6일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은 심 모(51·서울)씨는 “다시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아 그날의 아픔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7일에는 광주진흥중학교 학생 75명을 비롯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참배를 이어갔다.
참배객이 늘면서 민주의 문 앞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잊지않겠다’는 다짐이 빼곡했다. 참배객 유 모 씨는 “여기에 누워계신 분들이 산 자를 도왔다”면서 “민주주의를 다시 살려주셔서 감사하며 잘 지키겠다”고 다짐의 글을 남겼다.
민족민주열사 묘지로 불리는 ‘망월동 구묘역’에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곳은 5.18 당시 희생자들을 매장한 장소다. 1997년 5.18민주묘지가 조성되면서 희생자를 이장했고, 이곳에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한열 김남주 강경대 등 민주열사와 노동열사 등이 잠들어있다. 6일 이곳에선 1989년 의문사를 당한 이철규 열사 3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4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및 전시도 풍성하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지난 2일 전일빌딩245 9층 기획전시실에서 외국인 시선으로 5.18 진실을 조명한 특별전 ‘증인: 국경을 넘어(Witness: Beyond Borders)’를 개막했다. 오는 2026년 3월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는 5.18 당시 광주에 머물렀던 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 고(故) 아놀드 피터슨, 제니퍼 헌틀리 등 3명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민주화 여정을 재조명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5.18을 배경으로 한 관객 참여형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무대는 시민군 입장에서 5.18 상황에 들어가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광주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5.18 전국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교육청은 5.18 사적지 탐방버스와 청소년 5.18 홍보단 ‘푸른새’ 운영을 비롯해 교육자료 보급 등으로 5.18 전국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오는 23일까지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을 주제로 기념 주간을 운영한다. 또 헌법 제1조와 5.18을 연결하는 주제 수업을 진행한다.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4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오월광주 나눔행사’도 펼쳐진다. 주먹밥 나눔으로 대동세상을 실현했던 5.18 정신을 잇기 위해 광주와 전남·북 제과점 49곳이 오는 17~18일 1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민주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만나는 5.18 45주년은 더욱 특별하다”면서 “이번 나눔 행사로 피를 나누고 주먹밥을 나눴던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미래세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