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단일화 불협화음…“한덕수 밀어주기 애당초 무리수”

2025-05-07 13:00:34 게재

친윤, ‘단일화 전제’ 김문수 후보 적극 지원

김 “단일화 개입 말라” … 친윤 “김 후보 변심”

범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분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친윤이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권력 속성을 무시하고, 당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주저앉히고 대신 한덕수 전 총리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려는 구상을 밀어붙이다가 사달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묻지 마 한덕수’는 애당초 무리수였다는 비판이다.

김문수 후보 자택 앞 대기하다 철수하는 국민의힘 지도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덕흠 의원이 6일 서울 관악구 김문수 후보의 자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측은 6일 밤늦게 “후보는 내일 18시 한덕수 후보를 단독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측은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와 친윤이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고 의심한다.

김 후보의 의심은 나름 근거가 있다. 친윤은 국민의힘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범보수 단일후보로 한 전 총리를 사실상 낙점하는 분위기였다. 당 소속 의원 108명의 절반인 54명이 한 전 총리 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들이 김문수 캠프의 핵심을 차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단일화에 적극적인 김 후보를 당 후보로 만든 뒤 한 전 총리와 단일화시키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친윤에서도 ‘한덕수 단일후보 프로젝트’의 성사를 위해 김 후보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윤이 ‘김문수 후보’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김 후보의 양보를 통해 ‘한덕수 추대’를 성사시키는 각본은 김 후보 앞에서 무기력한 상황에 놓였다. 김 후보가 단일화 주도권을 주장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친윤에서는 김 후보의 태도를 ‘변심’으로 낙인찍고 맹비판한다. 친윤 핵심인사는 6일 “김 후보가 마음이 바뀌었다. 당초 단일화 한다고 약속해놓고, (후보로 당선된 뒤에는) 본인이 출마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11일(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버티면 한 전 총리가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범보수 대표주자로 나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후보 입장에서는 애당초 ‘후보 양보’를 약속한 적도 없을 뿐더러, 경선을 거쳐 어렵게 후보에 오른 자신이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한 전 총리에게 일방적으로 후보를 양보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이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는 권력 속성을 무시하고 김 후보에게 근거 없는 선의만 ‘강요’하면서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다.

비윤 인사는 7일 “친윤이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만들겠다는 욕심 때문에 명분 없는 단일화를 압박하니 김 후보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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