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자동차 가격 상승 본격화
중고차부터 신차까지 올라 ‘관세 인플레이션’ 현실화
최근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중고차 도매시장의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맨하임 중고차 지수’는 2025년 4월 기준 208.2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1월(지수 100)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전년 동월 대비 4.9%, 전월 대비 2.7% 상승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이던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4월 중순 이후 둔화되던 계절적 상승세가 올해에는 한 달 내내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제레미 롭 경제·산업 인사이트 디렉터는 “관세가 가격 상승 압력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고차 시장은 신차 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을 우려해 차량 구매를 앞당기면서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단기 수요를 증폭시키고,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정책 인플레이션’의 전개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했고, 이달 3일부터는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 부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미국에서 조립한 차량의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내년 4월 30일까지 일시적으로 관세를 면제하는 등 정책 완화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일시적 완화조치가 전반적인 가격 상승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포드사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주요 차종 3종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 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매버릭 픽업트럭, 브롱코 스포츠 모델이 그 대상이다. 차량별로 최대 2000달러(한화 약 280만원)의 가격 인상이 적용되며, 5월 2일 이후 생산되는 차량부터 인상 가격이 반영될 예정이다.
문제는 단순히 외국산 수입 차량의 가격만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브랜드 차량역시 가격 인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동차 전문 플랫폼 카스닷컴은 올해 2월 기준 미국 내에서 판매된 차량 중 51%가 멕시코 또는 캐나다에서 조립된 미국 브랜드라고 분석했다. 관세가 수입 차량뿐 아니라 미국 브랜드 차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가격 구조를 재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관세 인플레이션’이 다른 산업으로 번질 경우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