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후순위회사채 오늘부터 콜옵션 행사

2025-05-08 13:00:18 게재

“금융당국 패널티 감수, 시장 신뢰 택해”

롯데손해보험이 예정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한다. 금융당국과의 마찰과 관련해 회사측은 “시장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제재 조치 등을 감수할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손해보험은 5년전 발행한 후순위채권 ‘롯데손해보험8’에 대한 투자자들의 콜옵션을 진행하겠다고 8일 밝혔다.

롯데손보측은 “투자자들의 콜옵션 행사를 받아들인다”면서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많아 콜옵션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12일까지 마무리 짓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 심야회의를 통해 패널티(불이익)를 감수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8은 롯데손보가 2020년 5월 7일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이다. 후순위 채권은 만기가 길지만 대개 조기상환하는 콜옵션이 있다.

애초 롯데손보는 올 2월 1000억 규모의 후순위채를 신규 발행해 롯데손해보험8 후순위채권을 상환하는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금감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이 보류시켜 발행을 철회했다”며 “후순위채발행 수요예측 전날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등 발행 조건을 강화해 실질적인 발행이 어렵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롯데손보측은 “시장 수요까지 확인했지만 금감원이 후순위채 발행이 아닌 증자를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사모펀드가 모기업이라 증자 과정이 순탄치 않다. 증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자 아예 회사채 발행을 포기한 것이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재정건전성을 의심해 지난해 말 정기검사를 실시한 뒤 올 초에는 수시검사를 한 바 있다. 정기검사 직후 수시검사가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롯데손보측은 후순위채 발행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롯데손보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이어지자 롯데손보 후순위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5년전 발행한 롯데손해보험8 후순위채를 계속 보유하는데 망설였다.

투자자들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권고 기준 1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은 154.99%였지만 이번에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면 149.49%로 낮아진다.

롯데손보는 “콜옵션 행사로 일부 감독규정에 소폭 부합하지 않아, 해당 규정에 대한 비조치의견서를 금감원에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감독당국이 7일 불승인 결정을 하고 콜옵션 행사를 하지 말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허조치였다.

이처럼 금감원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자본의 질 때문이다.

특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이 과도한 후순위채 또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기본자본이 취약해졌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다가 상환순위가 낮다. 후순위채 역시 기업 부채로 잡히는 문제가 있다. 질좋은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비상금을 넉넉히 준비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취지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증자보다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몰렸다.

금융당국은 고심끝에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을 130%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3분기부터 시행된다.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을 결정한 조치”라며 “회사 고유 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이 이뤄져 계약자 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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