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법·행정·사법 3권 장악’ 시나리오 보여줬다

2025-05-08 13:00:21 게재

입법·탄핵·국조·청문회·특검 등 전방위 압박 가능성 예고

이재명 대선후보 향한 사법부 선고에 전면전으로 붙어

3개 특검·이재명 면죄 법안 등 대선 직후 선포할 수도

“캠프는 충성경쟁 중 … ‘강한 민주당’에 반감 가능성”

300석 중 17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사법부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3권 장악 시나리오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우연치 않게 드러났다. 사법부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대선 출마)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엄습해오자 민주당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며 법원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 후 고법에서 공판기일 연기를 발표하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입법 강행에 이어 대법관을 상대로 한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그러고는 ‘법원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가 만들어낼 상황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대선캠프에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데다 차기 지도부 선거와 지방선거에 대비한 충성경쟁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거대여당’ 조합에 대한 중도층의 강한 두려움이 대선 본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총괄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8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고법에서 공판기일을 연기하기로 한 것은 민주당의 압박이라기보다는 내부 판사들의 비판 때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판사들이 무서워서 물러섰다고 보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대법원의 선고에 당황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심을 진행할 때만 해도 ‘기각’을 확신했다가 유죄취지 파기환송 소식을 듣고 ‘사법부의 정치개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게다가 파기환송 재판일정마저 속도를 내면서 첫 공판기일을 선거운동 기간인 15일로 지정하자 사법부에 대한 총공세에 들어갔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최강의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 서울고법 형사7부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했다.

◆민주당 집권하면 = 민주당은 ‘잔불정리’가 필요하다며 이 후보 혐의를 없앨 수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당선 이후에 이 후보와 관련한 재판 5개를 모두 정지시킬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조국혁신당과 손잡고 통과시켰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민의힘의 반발 수위는 ‘퇴장’이 전부였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단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12명의 대법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14일에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라고 이름 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과 탄핵 추진도 검토 중이다. 국정조사, 특검 가능성도 열어놨다.

여기에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법률안’,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법률안’,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법률안’도 의결됐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외에 법무부장관도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무부장관의 검찰 통제권을 강화한 측면이 강하다.

이 법안들은 모두 본회의에 올려놓은 후 대선 직전이나 직후에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키면 거부권없이 입법이나 특검이 공포, 시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대법관과 법관 증원이나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도 도입, 판사 피고인의 경우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등 법원 개혁방안도 강하게 추진해 사법부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선고를 보고 대법원도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확인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 반드시 사법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캠프에서 자기 선거운동을 = ‘강한’ 민주당은 하지만 대선 본선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선거전에서는 약자에 대한 동점표 확보가 최고의 선거운동”이라며 “대법원의 선고는 이재명 후보가 피해자로 인식되면서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지지율도 오르고 대법원에 대한 비판 강도가 강해진 것”이라고 했다.

고법에서 이 후보와 연관된 재판일정을 순차적으로 대선 이후로 연기하기 시작했는데도 사법부에 대한 공격강도를 계속 높여놓으면 민주당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검이나 법안들을 단독으로 통과시켜 올려놓고 탄핵으로 겁을 주는게 국민들 보기에는 강력한 힘을 쓰는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모든 게 작용과 반작용이 있고 민주당의 입법독주 등에 대한 중도층 비판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캠프의 강성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선 이후 예정돼 있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경선주자들의 경쟁이 심하고 1년 후 지자체장에 도전할 의원들의 선거운동에도 이미 불이 붙은 상황이다. 민주당 선거는 강력 지지층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강성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대선캠프에 들어가 있는 모 인사는 “캠프 안에 충성경쟁이 심각하고 전략적이기보다는 극단적인 판단이 강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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