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최상목 이임사 유감
지난 7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기획재정부 내부 소통망에 이임사를 올렸다. 부총리 재직 1년4개월과 대통령 권한대행 88일의 소회를 썼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을 언급하며 기재부 직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단기적인 인기영합적 의사결정을 배제하고 국가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면서 공생의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국민이 행정부 공직자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직무에 충실한 공직자를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놨다.
100%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사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공직자들은 ‘정치적 줄서기’를 강요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직에 있던 공무원들은 ‘적폐’로 몰렸고 공직사회는 움츠러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강요’가 더 세지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가 12.3 내란사태 이후 적어도 공식적으론 계엄반대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88일간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건강을 해쳐가며 일했다는 것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가 ‘공직자를 흔드는 정치인과 정치행태’를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최 전 부총리 스스로 정치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전 부총리는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가신인도 지키기와 정치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사력을 걸겠다고 여러번 말했다. 하지만 그는 법에도 없는 ‘여야합의’를 명분으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한명을 끝내 임명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버텼다. 그 결과 내란사태의 시간은 길어졌고 윤석열과 내란동조세력이 정치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줬다. 결과적으로 그토록 강조했던 ‘국가신인도 지키기와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도 역행한 것이다.
대선 40여일을 앞두고 한 이례적 예산·세제실 고위직 인사도 논란이다. 그에게 충성한 국실장급 인사를 챙기기 위한 ‘알박기·보은성 인사’란 비판이 뒤따른다. 우선 대선 뒤 거취가 불투명해질 측근인사를 공공기관장과 한국 몫 해외기관 고위직으로 챙겼다.
한 측근에 대해선 ‘예산실 지역안배 룰’까지 외면하고 핵심보직으로 보냈다. 예산실은 전국적 예산편성 기능특성과 국회업무 편의성을 고려해 지역안배를 해왔는데 이번 인사는 이마저 무시했다. 권한대행 재직 때에는 ‘정치편향성’ 논란, 막판 인사에서는 ‘측근들 챙기느라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차라리 ‘고생했다. 뒤에서 응원하겠다’는 평범한 결론으로 끝냈다면 훨씬 공감 받는 이임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성홍식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