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대규모 유급 ‘트리플링’ 현실화

2025-05-08 13:00:23 게재

1만여명 미복귀, 24·25·26학번 동시 수업 … 제적생은 많지 않을 듯

전국 40개 의대의 미복귀 학생에 대한 유급·제적 처분이 확정됐다. 무단결석으로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의대생들은 대부분 복귀했지만, 유급 대상 학생 대부분은 수업 거부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1만명 이상의 의대생이 유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내년 24·25·26학번이 의예과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듣는 ‘트리플링’(tripling)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8일 교육당국과 각 대학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는 전날까지 미복귀 의대생의 유급·제적 처분 현황을 교육부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유급·제적 인원이 확정됐고, 교육부는 9일 이후 전체 현황을 공개한다.

◆정부 설득에도 복귀 거부 = 일부 대학은 수십명 단위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큰 복귀 움직임은 없었다. 수업 참여율은 지난달 말 26%에서 약간 오른 3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면서 최소 1만명 이상의 의대생이 올해 유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 대학이 2~4회 유급 누적 시 제적할 수 있도록 학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유급의 경우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다만 유급은 제적과 달리 의대생 신분을 일단 유지하는 것이라 대부분의 학생이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달 이상 무단결석해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순천향대, 을지대, 인제대, 건양대, 차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수업에 대부분 복귀했다.

앞서 각 의대는 지난 2일 학칙상 1개월 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제적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대상은 순천향대 606명, 을지대 299명, 인제대 557명, 차의과대 190명, 건양대 264명 등이었다.

학칙상 학사경고가 2회 누적되면 제적되는 충남대 의대 24학번도 대부분 복귀했다. 이들은 지난해 수업 거부로 이미 학사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다시 학사경고를 받으면 제적된다.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유급·제적 처분 시한은 원래 지난달 30일까지였으나 학교 재량에 따라 이날까지 복귀할 기회를 열어뒀다.

제적은 유급과 달리 결원이 있어야만 재입학할 수 있다. 특히 1학년의 경우 내년도 신입생이 들어오는 만큼 사실상 재입학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또 교육부는 일부 의대의 건의를 수용해 유급·제적으로 인한 결원 발생 시 편입학으로 해당 인원을 100% 채울 수 있게 편입학 기본계획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다.

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입대 휴학생 복귀하면 1학년 폭증 =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교육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우리 학교는 유급 조치로 24, 25, 26학번 학생들이 하나의 학년으로 합쳐질 경우 본래 정원의 4배가 넘는 학생을 한 학년으로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세개 학년이 하나로 묶이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임상 교육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로 군입대를 선택한 학생들이 제대 후 복학하게 되면 한 학년 학생 수는 기존의 5배에 달할 것”이라며 “임상실습 교육은 이러한 대규모 학생 수를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대해 임상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모두가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의정 사태로 인한 재정 위기로 대학병원 규모를 수년 내 확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명확해졌다”며 “대학 당국과 보직자들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교육 여건을 제공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우려에 교육당국과 각 대학의 발걸음도 바쁘다.

각 대학은 26학번의 학습 피해를 줄이는 방식으로 학칙을 개정해 ‘트리플링’에 대비하고 있다. 동아대와 전북대는 이미 학칙 개정을 통해 26학번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주는 등 대비를 마쳤다. 다른 대학들도 이를 참고해 유급 현황에 따라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복귀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우선으로 대규모 유급 사태에 대한 교육 대책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의대 결손 인원에 한정해 편입학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대학은 부지와 건물, 교수, 수익용 기본 재산 등 4대 요건을 바탕으로 등급을 나누고 1등급이면 결손 인원 전체를, 가장 낮은 6등급이면 결손 인원의 15%까지만 편입학으로 충원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의대에 한해 편입학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협 중심 단일대오 유지 = 한편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학생대표 40명이 작성한 자퇴원서를 첨부한 공동성명서에서 “학생을 상대로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정부의 폭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국가의 허가 없이는 의대생의 개인 휴학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교육부는 40일째 제적을 하겠다며 협박한다”며 “교육의 본질마저 왜곡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던 단위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 과정에 있어서 조처의 평등이 실현될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의대협의 이번 성명은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제적 또는 유급이 달리 적용되는 상황에서 제적에 준하는 자퇴 결의를 함으로써 ‘단일대오’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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