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어설픈 단일화 구상…명분도 실리도 ‘부족’

2025-05-08 13:00:29 게재

‘이재명 집권 저지’ 명분 … ‘한덕수 추대 수순’ 의구심

한덕수 ‘확장성’ 강조 … 여론조사서 경쟁력 입증 안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범보수 대선후보 단일화 구상이 명분도, 실리도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재명 집권을 막기 위해 뭉쳐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한덕수 추대’에만 급급했다는 반발이 쏟아진다.

국민의힘은 한 전 총리의 중도확장성을 강점으로 꼽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 전 총리의 경쟁력은 뚜렷하지 않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구상이 애당초 어설프게 준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민의힘은 ‘이재명 집권 저지’를 범보수 단일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리에게는 이재명세력의 집권을 막아내야 할 역사적, 시대적 책무가 있다. 그 첫걸음은 반 이재명세력의 후보 단일화”라고 말했다. 이재명정권을 막기 위해 범보수 역량을 결집시키자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을 뛰었던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낙선자들은 “경선에 불참한 한 전 총리를 단일 후보로 세우기 위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김 후보는 8일 “국민의힘 지도부에 묻고 싶다. 본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겠다는 무소속 후보를 위해 김문수를 끌어내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와 친윤이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만들기 위해 단일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뉘앙스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7일 SNS를 통해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하여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고 했다”며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는 왜 비난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미 한덕수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무엇이었냐. 들러리였냐”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저지’를 단일화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당 경선주자들은 “한덕수를 후보로 만들려는 수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악수하는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예비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오른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 전 총리를 단일후보로 사실상 ‘점지’하면서 한 전 총리의 경쟁력을 내세웠다. 한 전 총리가 당내 경선주자들보다 중도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산이 더 높다는 주장이었다. 친윤 핵심인사는 “김문수가 후보가 되면 강성보수 이미지 때문에 중도층에서 경쟁력이 약하고, 한동훈은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덕수는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과 호남에서도 득표력이 있다. 한덕수만이 이재명과의 대결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 전 총리의 압도적 경쟁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SBS-입소스가 3자 가상대결을 붙일 결과 이재명 49%, 김문수 27%, 이준석 6%였다. 한덕수를 넣으면 이재명 49%, 한덕수 30%, 이준석 6%였다. 한 전 총리가 김 후보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도 비슷했다. 이재명 49.7%, 김문수 29.1%, 이준석 7.4%였다. 한덕수를 넣으면 이재명 49.8%, 한덕수 30.8%, 이준석 6.1%였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중도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도층 3자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56.5%, 김문수 19.6%, 이준석 9.8%였다. 한덕수를 넣으면 이재명 56.7%, 한덕수 22.8%, 이준석 9.7%를 기록했다. 중도층에서도 한 전 총리가 뚜렷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치로 보인다.

결국 당 지도부와 친윤은 경쟁력이 압도적이지도 않은 한 전 총리를 단일후보로 만들기 위해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후보가 8일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의 길이다. 단일화를 해봤자 국민의 지지를 얻지도 못한다”고 밝힌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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