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수지 1분기까지 선방…2분기 이후는'험난'

2025-05-09 13:00:04 게재

흑자규모 200억달러 육박, 지난해 수준 유지

반도체 등 IT품목 선전에 수출 큰폭 감소 없어

한은 "시간 가면 미국 관세정책 영향 더 클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전세계 무역질서가 혼돈을 거듭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수출과 상품수지는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출액과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1분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2분기 이후 미국발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 시작해 일부 품목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향후 수출 전선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발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누적 상품수지는 19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196.7억달러)에 비해 2.5%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261.9억달러) 이후 3분기 연속 200억달러 이상의 상품수지 흑자에 비하면 감소 추세에 있지만, 최근 2년간 큰 폭의 흑자 기조를 고려하면 비교적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1분기 수출도 누적 1629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647.9억달러)에 비해 1.1% 줄었지만 안팎의 교역여건을 고려하면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수입도 1분기 누적 1437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451.3억달러) 대비 1.0% 감소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1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고, 컴퓨터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IT품목의 수출이 늘었다”며 “자동차와 의약품 등 일부 비IT 품목의 수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수입도 크게 늘어나지 않아 상품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통관기준으로 올해 1분기 원유(194.6억달러)와 가스(82.9억달러)는 수입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0.5%, 14.0% 감소했다. 원자재(717.8억달러) 전체 수입액도 같은 기간 8.9% 줄었다.

한은은 일단 4월까지는 통관 기준 수출 실적을 고려할 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9일 기자설명회에서 “4월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3월과 비슷한 수준인 만큼 상품수지는 큰 폭의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수출 전선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데 이어, 이번달부터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관세도 시작된다. 향후 한미간 관세협상에 따라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의 관세율이 결정되겠지만 8일(현지시간) 타결된 영국과 미국간 관세협상 결과 등을 고려하면 최종 타결까지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

한은도 지난달 ‘경제상황평가’ 보고서에서 향후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 2월 예상했던 750억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국장은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 상황을 봐야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관세정책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관세 영향이 생각보다 강하고 광범위한 것으로 예고돼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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