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시장 방문의 정치학

다수 서민 몰리고 여론 형성 중심지 효과 ‘만점’

2025-05-09 13:00:03 게재

역효과 우려도 … “시장 많이 돌면 지지층만 만나게 돼 ‘착시효과’도”

이재명 후보, 3차 경청투어 시작 … 지역별 시장 찾아 “어려움 들을 것”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오면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문턱이 닳도록 찾는다. 9일 3차 경청투어를 시작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역별 시장을 방문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청”(한민수 선대위 대변인)할 예정이다. 선거철만 되면 인기를 끄는 전통시장의 매력은 뭘까.

경주 골목골목 경청투어 나선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 한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정치인들의 선거 일정을 짜는 ‘일정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통시장 방문의 효과는 1석 10조가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서민 경제의 상징이기 때문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서민 정치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민생경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언제나 유권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들이는 시간 대비 홍보효과도 클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소문이 퍼져나가는 속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일정인 셈이다. 수도권보다는 지역으로 갈수록 효과가 더 커지는데, 유력 지방선거 후보자의 일정을 담당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를 ‘촌동네 바이럴 효과’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시장 상인들은 해당 정치인들에 대한 선호도와 관계 없이 잘 맞이해 주는 편이라는 점도 전통시장 방문이 정치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지지세가 높은 지역의 전통시장 방문은 후보자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세가 높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 지역의 대표 시장 서문시장, 칠성시장 등을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 일정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정치도 기세가 반인데 후보자 기가 떨어지면 다 끝”이라면서 “지지율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오거나 뭔가 부정적 사건으로 후보자가 다운돼 있을 때 TK 지역 시장을 한번 돌고 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효과 외에도 후보자 기 살리기용으로도 효용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역효과다. 착시효과가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힌다. 후보의 시장 방문 일정이 알려지면 주로 지지층들이 모여들게 되고 일방적 환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일반적인 민심과 괴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지역을 맡고 있는 캠프 담당자들 입장에선 괜히 후보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지층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유인이 생기기도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지층만 만나게 되는 전통시장 캠페인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캠페인을 비판하면서 “사람 모으기 좋고, 기분 내기 좋은 곳만 다니다 보면 결국 정당개혁이나 정치개혁, 아니면 국민이 바라는 민생에 있어서 살피지 못하게 된다”면서 “출근길 인사, 퇴근길 인사를 통해 동원된 군중이 아니라 무작위로 지나가는 대중에게 정치인과 정당이 평가받아봐야 진짜 민심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지지층의 환호에 취하지 않으려면 시장 방문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이재명 후보 캠프 내에서도 비슷한 걱정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청투어를 하며 시장을 많이 방문하는데 안 그래도 대세론이 있는데 시장에서 환호를 받으면서 대통령 다 된 것처럼 느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를 시작으로 영천·김천·성주·고령 등 영남 지역을 방문해 1박 2일간 시민들을 만난다. 앞서 이 후보는 접경지역과 강원 영동권역 등을 방문하는 ‘1차 경청 투어’와 경기 남부·충청권과 전북 지역 등에서 ‘2차 경청 투어’를 진행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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