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가다

2025-05-12 13:01:03 게재

체코 ‘K-원전’에 증기터빈 현지 제작·공급

한수원 팀코리아 뒷받침 … 2월엔 체코증시 상장

9일(현지시간), 유럽 전역이 2차 대전 전승기념일(5월 8일)과 주말 사이에 놓인 이날을 휴가 내고 쉬는 분위기였지만 체코의 산업도시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작업장에는 필수 인력들이 나와 곳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도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곳에 있는 플젠시는 제조업이 발달한 체코의 대표적 산업도시다. 두산스코다파워에는 체코의 역사와 자부심이 흐르고 있다. 1869년 설립된 스코다파워는 터빈 제조기업으로 체코 공산화 이후 국영화됐다가 1990년 체코를 포함한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다시 민영화됐고, 2009년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가 인수했다. 지난 2월엔 체코 증시에 상장했다.

9일(현지시간) 체코의 산업도시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에서 40년 근속한 고참 근로자가 증기투입구 관련 부품을 조정하고 있다. 사진 산업부 공동취재단 정연근 기자

◆K-원전 현지화 핵심 역할 =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팀 코리아’의 현지화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체코전력공사(EZ)의 자회사인 ‘두코바니2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체코 두코바니지역에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사업 최종 계약을 앞둔 팀 코리아는 한국수력원자력(KHNP)을 주계약자로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정비) 등과 함께 설계·구매·건설(EPC), 시운전 및 핵연료 공급 등 원전건설 역무 전체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체 수주금액이 2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계약에서 체코는 현지 기업들의 참여율을 60% 수준으로 제시했고,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는 가격,공사기간 등과 함께 현지화율에서도 발주자 측의 요구를 충족했다. 입찰경쟁에서 탈락한 경쟁사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소송과 가처분신청으로 당초 7일로 예정됐던 최종 계약서명은 중지됐지만 체코정부는 이날 소송이 끝나면 하루도 지체없이 한국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며 내각회의에서 계약을 사전승인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는 주기기 제작·공급과 시공 등을 담당할 예정인데 체코 현지 기업이어서 팀 코리아의 높은 현지화율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스코다파워는 전세계 발전시장에서 현재까지 540기 이상의 증기터빈(총 발전용량 기준 약 50GW)을 제작·공급했고, 체코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 유럽 3개국의 원자력발전소에 원전용 증기터빈 26기도 공급했다.

체코 1부리그 축구우승팀 ‘빅토리아 플젠’ 메인 스포서인 두산스코다파워는 현지 전용구장 ‘두산 아레나’에 “체코신규원전 최고 파트너는 한국수력원자력(KHNP)”을 광고하고 있다. 사진 산업부 공동취재단 정연근 기자

향후 두산에너빌리티가 한수원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주기기 공급에 대한 세부 계약을 체결하면 두산에너빌은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의 핵심 주기기를 공급할 예정이며, 스코다파워는 현지에서 증기터빈과 발전기 등 제작을 맡을 계획이다.

두산에너빌은 지난해 5월 프라하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열고 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 이전 투자 계획을 밝히며 원전수주 활동을 지원했다.

임영기 두산스코다파워 법인장은 “우리는 세계적으로 800개의 공급망 기업을 갖고 있다”며 “체코에도 150개가 있는데 전 총리, 장관들도 초대해 파트너십 데이를 열었다”고 말했다.

기술 이전을 완료하면 스코다파워는 2029년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 복합화력 등 다양한 발전소용 발전기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체코 플젠의 심장 ‘두산아레나’ 축구장 = 두산스코다파워는 플젠시민들과 생활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임 법인장은 “이곳에는 현재 사무직 703명, 생산직 286명 등 약 1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며 “플젠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인근 웨스트보헤미아대학교와 산·학 협력을 펼치는 등 현지 전문 기술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플젠의 인구 18만명 중 직·간접 고용은 3만명이 넘는다.

인수 이후 무차입경영을 하며 영업이익률도 제조업으로는 높은 수준인 10~14%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은 3500억원으로 법인세 납부율도 높다.

작업장 견학 중 눈에 띈 흰머리의 고참 근로자에 대해 묻자 그는 “올해 61세로 입사 40년된 고참 근로자”라며 “영어는 서툴지만 증기투입구 관련 부품을 0.1㎜ 오차 수준에서 조정하는 숙련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도 숙련 인력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 진다”며 “제조업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조선소에 고숙련 용접공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숙련 근로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코다파워는 2005년부터 체코 프로축구 1부 리그의 ‘FC 빅토리아 플젠’을 20년째 후원하며 지역사회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구단과 함께 유소년 스포츠 육성, 양로원·어린이집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해 오며 플젠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기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왔다. 체코 현지에서의 높은 인지도는 원전사업 추진에도 긍정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임 법인장은 “빅토리아 플젠을 우리가 인수한 이후 3번 우승했고, 그래서 홈구장 이름도 ‘두산 아레나’가 됐다”며 “외국에서 한국 이름이 붙은 유일한 축구장(아레나)”이라고 말했다.

축구장 전광판은 “체코신규원전 최고 파트너는 한국수력원자력(KHNP)”이라는 광고를 체코 전역으로 전달한다.

프라하(체코) = 산업부 공동취재단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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