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관세 여파에 미국 소기업들 '직격탄'
대중 관세에 주문 취소·직원 해고 속출
공급망 변경 어려워 … “재고 팔고 폐업”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최대 145%까지 인상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 소기업들이 감원, 주문 축소, 계약 연기, 심지어 폐업까지 고려하는 등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계 및 응급 의료정보 팔찌·목걸이를 중국에서 제조하는 콜로라도의 씽크탱크(Think Tank)는 최근 국제화물운송 업체 UPS로부터 발송된 송장에서 관세가 최대 161%까지 부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총 주문액 5649달러에 대해 관세만 8752달러가 추가된 것이다. 공동 설립자 리사 포포위치는 “송장을 열어보자마자 속이 뒤집혔다”며 “두 달 전 4달러였던 제품이 이제는 7.92달러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사무실 임대 계약을 연기한 상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카드게임 회사를 운영하는 알프레드 마이는 최근 개인 자산인 머니마켓펀드와 채권을 현금화해 관세 부담을 충당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사실상 마비 상태”라며 “재고를 들여와야 할지, 아니면 그냥 포기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텐트 제조업체 스카이 뷰 텐트의 창업자 조 비소네트는 원래 600개 텐트 생산을 계획했지만, 중국산 원단의 가격 급등으로 생산량을 절반인 300개로 줄였다. 그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창업 초기 계획과 달리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5명 중 1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들여와 뉴햄프셔주에서 소비재를 판매하는 파이브스타노스(5 Star North)는 올해 초 12명이던 직원을 5명으로 줄였다. 창업자인 스콧 앤더슨은 “이제 남은 재고를 팔고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소기업을 신경 쓰는 권력층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운영 플랫폼 피에트라(Pietra)의 공동 창업자 로낙 트리베디는 최근 4주간 관세 인상 여파로 폐업하는 소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충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며 “정책 시행 전 주문한 물량이 이제 도착하고 있어, 향후 몇 주 안에 대규모 해고와 폐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중소기업단체 스몰비즈니스머저리티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중소기업청(SBA) 등 주요 기관에 면제 신청 절차에 대한 정보 제공 및 행정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 유축 가방 및 육아용품을 판매하는 사라 웰스 백스의 대표 사라 웰스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며 “미국 제조업체를 어떻게 찾는지, 누구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도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케이틀린 오데 중소기업청 대변인은 “소규모 제조업체 대출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초당적 입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제조사 및 생산자와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TV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구제 요청을 사실상 일축했다. 그는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게 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별도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기업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미국 내에서 대체 생산처를 찾는 것이 어렵고, 있다 하더라도 원가가 지나치게 올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내 제조업체들도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간접적 관세 부담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eeBoo.com의 창업자 미아 갤리슨은 고객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을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오지 않고 있다. 그는 “매우 어려운 시기다. 재고가 없으면 팔 것이 없고, 목표 매출도 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