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김건희 수사 조이는 검찰

2025-05-12 13:00:16 게재

이번 주중 ‘공천개입 의혹’ 피의자 신분 출석 요구

진술·증거 확보하고도 조사 미뤘다간 역풍 우려한듯

고가 장신구 출처 조사, ‘건진 의혹’ 피의자 전환 가능성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 여사측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출석요구서에는 이번주 중 하루 검찰청에 출석하라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2022년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기 위해 관여한 의혹도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정황은 명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직후 김 여사가 다시 명씨에게 전화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라고 했어요”라고 하는 육성도 공개됐다.

명씨측은 또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가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통화 복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월 창원지검에서 명씨 관련 의혹 중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을 넘겨받은 후 김 여사측에 공천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구두로 전달했다. 그럼에도 김 여사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자 공식적인 출석 요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 안팎에선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됨에 따라 선거 전 김 여사 소환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공천개입 의혹 관련 주변인 진술과 물적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한데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김 여사도 공적 위치에서 벗어난 만큼 검찰이 조사를 계속 미룰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김 여사 수사를 마냥 미뤘다간 검찰이 강한 역풍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지난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조사를 하면서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관할 보안시설에서 검사들이 휴대폰까지 제출하고 조사를 진행해 ‘황제조사’ ‘출장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여사가 이번 검찰 출석요구에 응한다면 처음으로 검찰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공천개입 의혹 외에도 경남 창원산업단지 지정 개입 의혹, 명씨에게 돈봉투를 건넨 의혹 등 그동안 명씨 관련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여사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검찰 요구에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조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은 공천개입 의혹 외에도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당시 착용했던 고가 장신구 대여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일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하면서 6000만원대 명품 목걸이 등을 착용했는데 재산신고 내역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재산신고 누락’ 등 논란이 일었고, 윤 전 대통령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당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 빌렸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금액이 신고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는 김 여사가 대여했다고 주장하는 장신구의 출처를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선물과 함께 각종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김 여사는 전씨를 통해 윤 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6000만원 상당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와 코바나콘텐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여사는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곧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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