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 따라 양도소득세 매수인 부담”

2025-05-12 13:01:17 게재

양도세 매수인 부담 특약 … 세액 감면 대상 안돼 소송

1심 매수인, 2심 매도인 부담 … 대법, 파기환송 결정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세액감면이 예상돼 매수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특약을 맺었다면 매도인이 양도세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 납부한 억대 세금도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매도인 A씨가 매수인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충북 진천군에 있는 토지를 9억4000만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 특약사항에는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매수인들은 해당 토지가 조세특례제한법이 규정하는 자경농지 세액감면 대상이라는 점을 전제로 양도소득세와 양도소득분 지방소득세 등 총 9015만원을 신고하고, A씨측에 이를 지급했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해당 토지가 세액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양도소득세액 차액과 가산세 등 1억7525만원을 추가 납부할 것을 A씨에게 고지했다. A씨는 매수인들에게 알렸으나 응하지 않자, 세금을 완납한 후 매수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특례조항에 따른 ‘자경농지세액감면’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양도인(원고)이 농지소재지 등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66조 제1항이 정한 지역에서 8년 동안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원고는 2016년부터 매매계약이 체결된 2021년까지 5년 동안 거주한 것이어서 세액감면 대상이 아니었다.

1심과 2심은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1심은 원고가 승소했는데, 당시 재판부는 매수인들이 A씨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로 계약한 이상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매수인들이 해당 토지가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까지 낼 의향으로 특약을 정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그러나 매수인들이 A씨에게 양도세를 지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약의) 객관적 의미는 ‘이 사건 토지 매매로 인해 원고(A씨)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피고(매수인)들이 부담한다’는 것임이 명확하다”며 “문언상 객관적 의미와 달리 원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상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만을 피고들이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애초 매수인들이 필요에 의해 A씨에게 토지 매도를 제안했고 A씨가 양도세 매수인 부담을 전제로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특약사항을 정했으며, 매수인들은 협상 과정에서 회계사의 조언을 받은 데다 A씨에게 감면 대상 해당과 관련한 증빙 자료를 요구했다는 정황도 없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매수인들이 토지 거래 과정에서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 요건과 A씨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감면 대상임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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