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인가부터 한은이 개입해야”

2025-05-12 00:00:00 게재

한국은행, 첫 관련 입장 내놔

“통화정책에 영향 주기 때문”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인가 단계부터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통화당국이 실무자 차원이지만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팀장은 발표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한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 팀장의 이러한 인식에는 원화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거래가 활성화하면 법정 통화인 원화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USDT(테더) 등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해외 송금이나 결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고 팀장은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한은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테더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거냐 말거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달 24일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을 금융위원회가 갖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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