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2025-05-13 13:00:27 게재

트럼프, 협상판 깔았지만

중국에 약점도 내보여

시진핑, 굴복 않는 이미지

다극화 지지 확보는 미흡

미국과 중국이 100%를 넘는 초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며 관세전쟁에 사실상 휴전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90일간 협상 유예 기간을 설정했다. 미국은 145%에서 30%로, 중국은 125%에서 10%로 관세를 낮추며 실용적 해법에 한발 물러섰다.

이번 조치는 자국 경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상 간 ‘스트롱 맨'자존심을 유지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평가다. 양국 모두 협상 테이블 복귀를 통해 실익과 명분을 동시에 챙긴 셈이다.

미국은 올해 1분기에 관세 전쟁을 앞두고 수입 급증의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이 0.3%(직전분기 대비 연율·속보치 기준) 감소했고, 지난 3월 무역수지 적자는 1405억달러로 전월 대비 14%나 증가했다. 중국산 수입품이 줄어들면서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크게 의지해온 미국의 주요 마트들은 수개월 안에 진열대가 비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어온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당국은 타격을 입은 수출 기업들에 대체 판로 확보와 자금 제공 등 지원에 나섰고, 주식시장 충격을 경감하기 위해 국부펀드와 대형 국유기업들의 돈을 증시에 투입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은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다.

이번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의 1차 미중 무역합의에 이은 2차 합의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집권 초기에 확보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소득으로 평가된다. 2020년 대선 패배로 미완에 그친 미중 무역의 ‘리셋’(reset·재설정)을 다시 도모하기 위한 협상의 판을 조기에 깔 수 있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협상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제품 대량 수입과 중국 시장 개방을 담은 새로운 무역 합의를 도출한다면 트럼프 2기의 중요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관세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도 드러냈다. 미국은 희토류 등 전략물자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수출 통제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무역 단절 수준의 고율 관세가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점도 확인됐다.

또한 대중 무역적자를 바로잡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관세율을 크게 낮추면서 ‘말의 권위’가 손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강경 지도자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트럼프 1기와 달리 정면대응에 나서며 맞불 관세, 전략물자 통제 등 보복 카드를 동원해 대등한 체급을 과시했다. 동시에 WTO와 유엔 무대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다자주의 수호자로서의 명분도 강화했다.

또한 시 주석은 트럼프발 관세 공세에 맞서면 국제사회가 중국과 연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유럽 등 주요국들은 중국과 손잡기보다 미중 갈등을 관망하는 쪽을 택했다. 시 주석의 다극화 구상은 기대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셈이다. 각국이 여전히 미국을 정면으로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을 중국은 다시금 절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