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청문회 대신 특검법으로?

2025-05-13 13:00:27 게재

조희대 대법원장 등 16명 청문회 불출석 의견서

“재판 관련 청문회에 법관 출석은 여러모로 곤란”

민주당 의원 ‘조희대 특검법’ 발의 … 처리여부 관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장 청문회’에 이어 ‘조희대 특검법’이 발의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13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오후 국회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조 대법원장 및 대법관 11명과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대법원 소속 판사 등 16명 모두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부 독립 침해할 우려 판단 =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나가 국회 등 법원 외부의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재판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문제도 있다.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나가 판결에 관해 발언하면 그 자체로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에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행정처 간부들만 출석할 뿐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은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다.

청문회 다음 날인 15일 대법원 소부 선고가 예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출석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소부 선고 전날에는 대법관들이 모여 판결문을 최종 검토하는 등 종일 합의를 연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오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증인으로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외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서석호 변호사를 비롯해 이성민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서보학(경희대)·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련 헌법소원을 낸 조영준 변호사 등이 채택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후보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의 심리·선고를 서둘러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실마리를 제공한 게 잘못이라는 주장과 민주당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는 견해가 동시에 제기된다.

대법원은 선거법 사건의 법정 선고 기한 내 처리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에 따른 집중심리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국회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증인들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청문회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처리는 미정 = 청문회와 별개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강 의원이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특검법을 추진하다 보류한 바 있어 당론 처리 여부와 처리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법행정회의 등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검은 민주당,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단체(조국혁신당)가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임명하면 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지난달 22일 소부에 배당한 뒤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 1일 선고한 점, 서울고등법원이 대법원 판결 이튿날(2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배당하고 오는 15일로 공판기일을 지정했던 점을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 처리 시점, 당론 설정 여부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9일 조 대법원장 특검법 발의를 준비하다 ‘보류’로 선회한 바 있다. 당시 조승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사법부 내에서 법관회의 소집 등 자정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 자정적 노력을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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