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K·홈플러스 수사 속도

2025-05-13 13:00:29 게재

신평사 압수수색·준법경영본부장 소환 … 신용등급 강등 인지 시점 추적

LIG건설·동양그룹 ‘사기적 부정거래’ 처벌 전례 … 고의성 입증 주력할듯

홈플러스 채권 사기 발행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홈플러스·MBK파트너스와 신용평가사를 잇따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관련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이날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변호사 출신인 정 본부장은 지난 3월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 회생계획안 법원 제출 계획을 직접 발표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정 본부장을 상대로 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언제 인지했는지, 언제부터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앞서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지난 2월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춘 바 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MBK와 홈플러스가 이같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신평사의 고지 이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 차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등이 12일 서울 광화문 MBK 사무실 앞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지난달 21일 금융당국으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본사와 MBK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김병주 MBK회장, 김광일 MBK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의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와 MBK 경영진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하고서도 이를 숨긴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 손실을 전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지 나흘 만인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는데 이에 앞서 2월 한달간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가 1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3일 전인 2월 25일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

기업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금융채무가 동결된다. 홈플러스와 MBK가 기업회생 신청을 예정하고 관련 절차를 준비하면서 채권을 발행했다면 투자자들을 속이고 금융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은 홈플러스 사태가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의 경우 채권을 발행한 것은 아니지만 대금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 상품판매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구영배 큐텐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을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LIG건설과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도 주요 참고 사례다. LIG건설은 지난 2011년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는데 이에 앞서 2151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당시 LIG건설은 재무상태가 부실했지만 투자자들을 유인해 기업회생 신청 열흘 전까지 CP를 찍어냈다. 검찰은 사기성 CP를 부정 발행한 혐의로 구자원 전 LIG그룹 명예회장 등 총수일가를 기소했고 법원은 구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구본상 현 LIG회장에겐 징역 4년, 구본엽 현 LIG 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동양그룹 역시 지난 2013년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현재현 당시 회장이 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는 등 철퇴를 맞은 바 있다.

MBK는 채권 발행에 관여한 바 없고,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기업회생절차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2월 28일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MBK측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장상황과 재무상태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 또 재정상태 파악과 법률 자문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기업회생 신청을 3~4일 만에 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MBK측 해명과 다른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와 MBK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점과 상당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MBK·홈플러스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인지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준비하면서도 고의로 채권을 발행했는지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 소환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입증을 위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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