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고개숙인 꼿꼿문수, ‘윤석열 출당’까지 갈까

2025-05-13 13:00:20 게재

김문수 후보, 비상계엄 관련 첫 공식 사과

탄핵 책임 사과,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 남아

김용태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메시지 낼 것”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책임에 사과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자리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만 사과를 거부하면서 ‘꼿꼿문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계엄 사과 거부’로 보수 진영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김 후보는 이후 여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랬던 그가 비상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김 후보는 12일 채널A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하고 계신다”며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이 발언에 대해 “계엄 자체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는 캠프측 설명이 나오기는 했지만 계엄·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급변침’은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을 두고 선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문시장서 유세하는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13일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계엄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탄핵의 강도 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탄핵 관련 입장 표명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지명자는 “이 부분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후보하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서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메시지, 말씀을 후보님의 입으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출당 등 거취 관련 조치와 관련해서는 “제가 목요일에 비대위원장에 정식임명이 된다. 조금 더 지켜봐주시면 그 부분을 제가 말씀드릴 수 있도록, 또 후보님이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굉장히 예민할 수도 있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후보님께서 갖고 계신 진정성으로 제가 지혜롭게 당원과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중도·무당층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에도 이러한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참여했었다.

김 의원은 전날 선대위 회의 일성으로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것,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못 한 것을 과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낸 메시지에서는 “채 상병이 사고를 당한 지 2년 정도 돼 가고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졌지만, 아직도 그간의 수사 외압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면서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리고, 앞으로 저희 국민의힘이 이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명자가 윤 정부와의 선긋기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가 김 지명자의 요청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과의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 후보가 탄핵, 윤 대통령과의 관계와 관련해) 더 전향된 입장을 내놓아야 선거 승리를 조금이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서 “저희 당 지지자분들 중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분리를 원하는 사람이 적어도 40%는 된다고 본다”면서 “이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거리두기, 출당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김문수 후보의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반이재명’ 보수 진영 빅텐트를 구축을 위해서도 김 후보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비상계엄과 조기 대선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싫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김 후보의 사과 표명에 대해 “내란의 잘잘못은 모르겠지만 국민께서 고통스럽게 여긴다니 죄송하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라면서 “김문수 후보가 내란에 대해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국민 앞에 제대로 사죄하고, 1호 당원 윤석열을 출당시켜라”고 주장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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