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보수’· 여성 ‘진보’ 되풀이될 가능성
2022년 대선 남성은 윤석열, 여성은 이재명
이번 대선에선 보수분열로 영향력 미미할 듯
사상 두번째 ‘탄핵대선’인 6.3 대선이 21일 앞으로 다가왔다. 워낙 일정이 촉박해 대선 승패에 영향을 줄 변수가 등장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시쳇말처럼 짧은 기간 중에도 판세가 출렁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첫 변수로 22대 대선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를 받는 20·30대 표심을 살펴본다. 국민의힘이 22대 대선을 앞두고 20·30대 표심을 앞세워 구사한 ‘세대포위론’이 적잖은 파괴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3일 내일신문이 분석한 방송 3사(KBS MBS SBS)의 2022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20·30대는 성별로 극명하게 다른 투표 성향을 보였다. 여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남성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 20대 남성은 이재명 36.3%, 윤석열 58.7%였지만 여성은 이재명 58.0%, 윤석열 33.8%로 엇갈렸다. 결과적으로 윤 후보는 남성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20·30대에서 이 후보와 대등한 대결을 펼칠 수 있었다.
이는 과거 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성별을 불문하고 20·30대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다. 2012년 대선 출구조사를 보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30대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두 배 가량 앞섰다.
2022년 대선을 전후해 20·30대 남성의 ‘탈 진보’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세대포위론’을 구사했다. 20·30대 남성과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고령층을 묶어 진보 성향이 강한 40·50대를 포위하는 전략이다.
그러면 6.3 대선에서도 ‘세대포위론’은 유효할까. 우선 20·30대 남성은 여전히 일정정도 보수 성향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SBS-입소스(5~6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3자 가상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재명 49%, 김문수 27%, 이준석 6%였다. 하지만 20대에서는 이재명 33%, 김문수 17%, 이준석 19%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가 20대에서 상대적 약세인 것이다. 이는 20·30남성의 보수화 경향에 힘입은 바 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자 대결 구도에서는 20·30대 남성 표심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20·30대 남성은 여전히 진보 블럭에서 이탈해있지만 2022년처럼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보혁) 양자구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20·30대 남성이 김문수와 이준석으로 나뉘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변수가 되기 어렵다”고 동의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윤 대표는 “단일화하면 20·30대 남성 표심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도 “20·30대 남성이 단일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20·30대 남성에 대한 ‘구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김 후보를 향해 “나이 든 이준석이 돼야 한다. 선거 캠페인을 확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먼저 20·30대 남성들이 움직일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김 후보가 반탄(탄핵 반대)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20·30대 남성도 김 후보를 찍을 명분이 생긴다. 그런데 김 후보가 그럴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