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재설정’ 이용자들 ‘갸우뚱’
교체 대기, 매장방문 여전히 불가피
보안효과 불구 “유심값 꼼수” 불신도
해킹 사태 후 각종 이용자 정보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는 SK텔레콤(SKT)이 ‘유심 재설정’ 솔루션을 새로 도입했지만 이용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회사측의 설명과 달리 유심칩 교체 방식보다 더 간편하지도, 시간이 덜 걸리지도 않아 보인다는 이유다.
SKT는 12일부터 유심에 사용자 식별·인증 정보 등의 일부를 새 정보로 변경하는 유심 재설정 솔루션을 도입했다. 물리적 칩 교체 없이도 유출정보를 악용한 복제 시도가 차단되는 데다 금융인증서·연락처·교통카드 등을 재인증·환불하는 번거로움도 없다는 설명이다. SKT는 유심 재설정이 칩 교체와 보안효과는 같으면서 시간은 덜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설정의 편의성이 이용자 입장에선 크게 체감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KT에 따르면 이용자는 유심 재설정을 원하더라도 유심 교체 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 차례가 됐다는 문자 연락을 받으면 T월드 매장을 방문해 교체·재설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재설정을 하고 싶어도 교체 대기 줄에서 기다려야 하긴 마찬가지인 것. 이용자가 직접 재설정을 하거나 별도의 재설정 신청을 할 수도 없다.
SKT의 전산시스템이 소화할 수 있는 하루 유심 개통처리 건수가 20만~25만건 정도로 한계가 있어서다.
일부 현장에서는 대리점이 재설정 방식을 설명하는 번거로움, 유심칩 재고 확보 등의 이유로 교체를 권유하더라는 후일담이 나오는 중이다.
몇몇 이용자들은 재설정 방식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SKT 이용자 40대 주부 김 모씨는 “재설정이 그렇게 확실한 방법이었으면 왜 진작 안 했느냐”며 “어차피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교체를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거주 30대 남성 이 모씨는 “유심보호 서비스로 충분하다고 했다가, 교체해준다며 기다리라고 했다가 이제는 또 재설정이 좋다는데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며 “비용을 아끼려는 꼼수 아니냐”고 불신을 표하기도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