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다음 세대 위한 탄소중립, 제대로 가고 있나

2025-05-13 13:00:25 게재

지구가 기후변화에 대한 비상사이렌을 계속 울리고 있다.

전례 없는 산불, 극심한 폭염과 홍수, 사라지는 계절의 경계선.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예측도, 과장도 아닌, 매일 체감되는 현실이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세계 곳곳의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적인 뉴스가 됐으며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여름 서울 도심을 마비시킨 폭우, 동해안 산불, 겨울 가뭄과 여름 폭염은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의 삶을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국제사회에 제출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오는 9월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세계를 향한 국가적인 신뢰의 문제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다.

이를 실현할 중추 기구로 지난 2월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초대 위원회에서 탄소중립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했다면 1기 위원회는 산업계와의 조율, 에너지 수급 대응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행력 부족, 실효성 있는 감축 로드맵 부재, 국민 공감대 부족 등의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기 위원회는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실행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다섯 가지 과제가 우선적으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첫째, 실현 가능한 감축 전략 마련이다. 전력 수송 산업 건물 등 각 부문별의 실행계획은 현실성과 기술 가능성, 사회 수용성까지 반영해야 하며 선언적 구호가 아닌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한 수치 맞추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국민과 산업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통 전략이 절실하다. 탄소중립은 일부의 희생이 아닌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국민이 정책의 변화를 체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인센티브가 병행되어야 하며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셋째, 감축 활동의 전주기적 관리 체계이다. 단기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감축 이행 상황의 정기적 점검, 중장기적 성과 분석, 정책 보완까지 연결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지역 단위의 기후행동 강화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맞춤형 감축 전략, 지역 기반의 에너지 전환 사업, 시민사회와 협력하는 기후교육 및 캠페인이 활성화돼야 전국적 파급력이 생긴다.

다섯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재 양성과 일자리 전환 전략이다. 탄소중립 사회를 이끌기 위한 전문 인력, 기술 인력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 또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산업 재편과 일자리 변화에 대응할 사회안전망도 미리 준비돼야 한다. 기후위기는 위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다.

NDC는 단순한 수치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약속이며 후손에게 전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 혁신, 산업구조 재편, 노동시장 대응 등 전방위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지만 방향성과 실행력만큼은 지금부터 분명해야 한다.

넷제로 2050 기후재단도 이러한 변화의 항로에서 묵묵히 돛을 조정하는 ‘갑판장’의 역할을 자임한다. 국민과 정부, 산업계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현장의 실천을 정책으로 연결하고, 정책의 방향을 국민에게 쉽게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탄소중립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가 누릴 삶의 질이 달라진다. 미봉책은 후손의 짐이 된다. 지금은 실천의 시간이며 결단의 시간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