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세계 경기와 반도체 경기 사이클

2025-05-14 13:00:02 게재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6836억달러)에서 반도체(1419억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었다. 이는 수출 2위 품목인 자동차(708억달러)보다 두 배 실적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비중이 높은 반도체 경기변동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국내에서 소비하는 양은 매우 적고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으므로 세계 시장 경기변동에 따라 우리의 희비도 교차하고 있다.

우리의 정상적인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메타버스 산업의 발달 등으로 인해 세계 반도체 수요는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에 관련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었고 세계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앞다투어 양적완화를 실시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도 계속 침체기를 이어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2024년 초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AI 관련 수요 증가 2024년 초부터 반도체 경기 회복 이끌어

반도체 경기회복의 첫번째 이유는 AI 관련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챗GPT의 등장은 AI 열풍을 불러왔다. AI는 처음 등장한 이후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과 같이 간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챗GPT는 AI와 관련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손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반도체 경기를 전환하는 데 한몫을 했다.

두번째 이유는 세계 경기와 반도체 경기의 방향성이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세계 경기 부진이 원인으로 PC,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 등 반도체 주요 수요산업에서 소비가 늘지 않는다면 반도체 경기도 부진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까지 세계 경기가 눈에 띌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반도체 시장은 2023년 대비 대폭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세계경제는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46%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런데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의 1분기 반도체 수출은 6.0% 증가했다.

이렇게 세계 경기와 반도체 경기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 것은 반도체가 지닌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반도체는 그 성능과 용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여기에 최근 IT 제품은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 기존 대비 고가의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경기 부진으로 인해 IT 기기의 소비량은 정체되더라도 물량이나 수량 기준이 아니라 부품으로 사용된 반도체의 용량과 가격 기준으로 반도체 경기는 좋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미·중 갈등 심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비한 재고 확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는 일시적인 것으로 불안 요소가 제거되고 나면 오히려 기저효과로 반도체 경기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 이끌 수 있는 역량 강화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세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는 당분간 나쁘지 않은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게다가 미중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중심에 있으며,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우리 반도체산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산업은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덜 받으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