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시대, 대학별 환산식이 정시 합격 가른다

2025-12-17 13:00:02 게재

같은 점수도 영역별 반영 비율 따라 환산점 천차 만별 … 불영어, 감점 폭 적은 대학 주목할 만

올 정시는 예년보다 더 까다로울 전망이다. 수능이 어려웠고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등급까지 누적 비율도 43.76%로 낮아 정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학생 수가 늘고 의대 정원이 예년 수준으로 복귀한 상황에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에 합류하는 학생이 대거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사탐런’이 두드러지면서 수능 탐구에서 사탐과 과탐 응시자의 고득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의 탐구 가산점 반영 방식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가장 유리하게 반영될 대학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교육전문지 ‘내일교육’이 독자들의 신청을 받아 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고3 독자는 정시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예비 고2~3 자녀를 둔 독자라면 까다로운 정시 구조를 미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와 탐구가 3등급이라 당초 지망했던 대학에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유태혁 서울 세화여고 교사의 진단이다. 서울 지역 과학중점학교에 재학 중인 상담 학생은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고 공학에 관심이 높아 서울대 공대와 서울 소재 대학의 약학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영어와 ‘지구과학Ⅰ’에서 가채점보다 1등급 낮은 3등급을 받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수학 우수·영어 취약, 객관적 위치 파악이 우선 = 학생의 국어 수학 탐구 표준점수 합은 390점이다. 이는 전국에서 상위 3.99%에 해당하며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선이다. 동일 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영역별 평균 표준점수는 국어 133점 수학 128점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학이 경쟁력이 있다. 반면 영어와 ‘지구과학Ⅰ’이 3등급이라 다른 영역에 비해 뒤처진다.

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어려웠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으로 전년 대비 8점 상승했다. 반면 수학은 139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탐구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과학탐구 8과목이 6874점, 사회탐구 9과목이 6773점 사이에서 형성됐다.

유 교사는 “대학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고려대 어문계열과 서강대 자연과학대학이 비교적 유리하다”고 추천했다. 연세대는 영어 반영 비율이 높아 1등급과 3등급의 점수 차이가 12.5점에 달한다.

반면 고려대는 영어 3등급 시 6점만 감점해 불리함이 덜하다. 특히 고려대 인문계열은 탐구 반영 점수가 160점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 반영 비율이 낮고 사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아 과탐 응시자의 불리함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서강대는 모든 계열에서 국어와 수학을 총 80% 탐구는 20% 반영한다. 영어는 1등급과 3등급의 차이가 1.5점밖에 나지 않아 학생의 강점이 최대한 발휘되면서 약점은 상쇄할 수 있는 구조다.

상담 학생은 재수를 적극 고려하고 있어 1장은 안정 지원, 2장은 소신 상향 지원을 원했다. 유 교사는 “다군은 중앙대 공학계열 중 인원이 많은 창의ICT공과대학을 안정 지원으로 잡고 가군과 나군을 소신 상향 지원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군은 고려대 자연계열에서 가정교육과 보건환경융합과학부 환경생태공학부를 일반전형으로 상향 지원해볼 만하다. 지원자 집단 평균보다 수학이 1~2점 높아 경쟁력이 있다. 나군은 서강대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를 소신 지원 후보로 삼을 수 있다. 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와 생명과학과도 후보군으로 살펴볼 만하다.

다만 다군 중앙대는 경쟁률이 높고 추가 합격자가 많이 발생해야 합격권에 들 수 있어 다소 모험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수한 탐구, 동일 성적대 경쟁력 상당 = “표준점수가 유사한 학생들과 영역별 성적을 비교 분석해보면 국어는 비슷하고 수학은 5점 정도 낮은 편이다.”

유 교사의 분석이다. 경기 지역 일반고에 재학 중인 두번째 상담 학생의 국어 수학 탐구 표준점수 합은 365점이다. 어려웠던 영어에서 2등급을 받았고 탐구 영역도 1등급과 3등급을 얻어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수학은 4등급에 그쳤다.

학생은 수시에서 일본 관련 학과에 지원했지만 어문계열은 성향에 맞지 않아 사회과학계열 전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싶다고 밝혔다. 유 교사는 “탐구는 동일 성적대와 비교하면 ‘생활과 윤리’는 우수하고 ‘윤리와 사상’은 낮은 편이라 두 과목의 표준점수를 합했을 때 4점가량 앞선다”며 “영어에서 2등급을 받아 동일 성적대에서는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인문 사회계열이 적정선이다.

유 교사는 “올해 수능 국어 수학 1등급 인원의 성비를 보면 여학생과 남학생의 차이가 전년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국어와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남학생은 각각 1만2618명과 1만5711명이다. 반면 여학생은 국어에서 1만317명, 수학에선 6086명이 1등급을 받았다. 여학생 성적이 남학생에 비해 저조해 서울권 여대에 지원 가능한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 여대를 선호하는 학생이라면 과감히 도전해볼 만한 해다.

상담 학생은 탐구 성적이 다른 영역에 비해 높은 편인데 과목 간 편차가 있다. 이런 경우 상위 1과목보다 2과목 평균을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낫다. 유 교사는 “성신여대 법학과는 국어 30% 수학 25% 영어 20% 탐구 25%를 반영한다”며 “탐구는 백분위를 활용하는데 백분위 95점을 받은 ‘생활과 윤리’가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도 상향으로 지원해볼 만하다. 인문계열에서 국어 35% 수학 25% 탐구 25% 영어 15%를 반영하는데 탐구는 변환 표준점수를 쓰며 사탐 과목 응시 시 3%의 가산점을 준다. 영어의 경우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8점 3등급은 94점으로 환산해 반영하는데 12등급에 비해 23등급의 점수 차가 크다. 사탐과 영어 모두 학생에게 비교적 유리한 구조다.

상담 학생은 재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2곳은 안정 지원하고 1곳을 소신 상향 지원하는 것이 좋다. 유 교사는 “여대가 1순위라면 나군에서 성신여대 법학과 의류산업학과 지리학과 일본어문문화학과 등을 적정 소신으로 가군에서 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학과를 상향으로 지원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서울권 여대가 학생의 거주지에서 상당히 멀다며 서울 남부와 경기 남부권 대학도 염두에 두길 권했다. 유 교사는 “가천대도 살펴보라”며 “일반전형 2가 4개 영역 중 우수한 3과목을 순서대로 50% 30% 20%씩 반영해 학생에게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나군을 확실한 안정 지원 카드로 삼아 상명대 인문계열에 응시하고 다군은 단국대 죽전캠퍼스의 자유전공학부인 퇴계혁신칼리지에 소신 상향 지원해 입학 후 전공을 택하는 것도 추천했다.

◆국어·수학 우수, 탐구 영역 아쉬워 = “국수탐 표준점수 합 352는 서울 소재 하위권 대학과 경기권 중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위치다.”

유 교사의 분석이다. 경기 지역 일반고에 재학 중인 세번째 상담 학생은 탐구에서 ‘사회문화’와 ‘화학Ⅰ’을 선택했다. 전망을 고려해 고교에서 자연계열 과목 위주로 이수했지만 수능에서는 좀 더 높은 성적을 확보하려고 탐구 영역을 사탐과 과탐 조합으로 응시했다. 한데 수능에서 평소보다 낮은 성적이 나와 지원 대학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역별 성적을 보면 국어와 수학이 우수한 반면 탐구 영역이 낮다. 성적대가 겹치는 집단과 세부 영역별 성적을 비교하면 국어가 13점 높고 수학은 동일하며 탐구는 13점이 낮다. 학생은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을 받아 지역 교대를 우선순위에 두고 수도권 대학 중에서 적정 지원 대학을 찾고 싶어 했다.

유 교사는 “최근 교대 입결이 매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모든 과목을 고르게 잘 본 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럴수록 성적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며 강점과 약점을 확인한 후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학을 찾아야 한다. 정시는 수능을 주요 전형 요소로 삼고 있지만 대학마다 혹은 같은 대학 내에서도 전형이나 모집 단위에 따라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이 다르다.

유 교사는 “교대 중에서는 경인교대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모든 영역을 25%씩 반영하는데 학생은 수학에서 ‘미적분’을 선택해 3%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많은 성적대라 더 유리하다. 국어 또한 백분위 93은 경쟁력이 있다.

탐구는 두 과목 평균을 활용하고 있어 하나를 반영하는 대학보다는 덜 불리하다. 영어 3등급과 한국사 4등급 이내라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충족한다. 일반전형 모집 인원이 청주교대 88명과 춘천교대 122명 등 비수도권 교대에 비해 많은 173명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상담 학생은 계열보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재도전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1곳은 안정 지원하고 2장은 소신 상향으로 원서를 구성할 만하다. 다만 수능이 어려웠다고 막연히 합격선 하락을 예측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하다. 올해 의대 정원이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전년에 하락한 서울 주요 대학의 합격선이 이번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유 교사는 “나군을 교대에 소신 상향 지원한다면 다군은 경기대가 안정 지원 카드로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인문계열은 국어 35% 수학 30% 영어 20% 탐구 15%를 반영하는데 상담 학생은 국어와 수학의 강점을 누리면서 탐구 영역의 열세를 상쇄할 수 있다. 전공 수업에서 수학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제학과나 경영학부는 적성에도 맞을 것으로 본다.

가군은 서울권 대학을 희망한다면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한성대의 인문계열에서 합격선이 비교적 낮은 모집 단위에 상향 지원해볼 수 있다. 가천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융빅데이터학부 경제학과 응용통계학과는 전공에서 수학 활용도가 높아 적성에도 맞을 것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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