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김건희 소환 불발

2025-05-14 13:00:03 게재

“이재명 재판 대선 후로 연기했으니 조사 미뤄 달라”

불출석 사유에 ‘황당’ 반응…검 “절차 따라 필요 조치”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김 여사는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지형 차장검사)은 김 여사측에 이날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으나 김 여사가 출석하지 않아 불발됐다.

김 여사측은 앞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특정 정당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측은 또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재판이 모두 연기된 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한 점 등도 불출석 사유로 거론했다고 한다.

사실상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대선 전에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측이 제시한 불출석 사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김 여사가 공적 위치에서 벗어난 만큼 대선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특히 원내 1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이 후보의 재판을 연기한 것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미룰 수 있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후보의 재판을 연기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참정권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간인인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늦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도록 규정한다. 재판 연기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후보자의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없이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도 오히려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졸속 기소’라는 비판을 받는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2022년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 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정황은 명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등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IN)은 김 여사가 2022년 5월 9일 명씨와 통화하면서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김영선 전 의원을) 밀라고 했어요”라고 말하는 육성을 공개했다. 명씨측은 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가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하는 통화 복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검사,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전 국민의힘 포항시장 예비후보) 등 관련자 상당수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찰은 지난 2월 명씨 관련 의혹 중 윤 전 대통령 부부 사건을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 직후부터 김 여사측에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해왔다. 그럼에도 김 여사측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자 검찰은 더는 조사를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최근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출석을 거부하면서 14일 조사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무산됐다.

통상 피의자가 요구한 날짜에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은 새로 날짜를 정해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낸다. 정당한 사유 없이 2~3차례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불출석 사유를 충분히 검토한 후 통상의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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