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주고 수주한 재건축 시공권 "계약해지 정당"

2025-05-14 13:00:05 게재

신반포5차아파트재건축조합과 민사소송서 패소

법원 “조합원 의사 왜곡 … 사업부지 인도해야”

아파트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시공권을 수주한 건설사에 대해 공사도급계약 해제사유에 해당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7부(이상원 부장판사)는 신반포5차아파트재건축조합이 A사를 상대로 낸 토지(택지)인도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군 건설업체인 A사는 2017년 9월 서울시 잠원동의 신반포5차재건축조합의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앞서 2017년 4~9월 직원들이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선물 등 합계 1억4515만원 상당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한 범죄사실이 수사당국에 적발돼, 2022년 10월 유죄 판결로 확정받았다.

이에 조합은 2019년 12월 임시총회를 열어 A사가 도급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했으나, 이 해제통보는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무효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의 무효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1년 10월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어 2차로 도급계약을 해제하고, 같은해 12월 이 사건 사업부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합은 소송에서 “도급계약 해제통보는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A사는 더 이상 사업부지에 대한 점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1차 해제통보는 대법원이 무효로 확인했다”며 “조합이 2차 해제사유로 삼은 뇌물제공 행위는 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차 해제통보를 한 이후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해 신축공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도급계약 해제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에서 원고의 조합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며 “이는 도급계약의 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참가안내서 등 각종 문서들에서 뇌물을 제공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또는 선정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해 이를 합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의 2차 해제통보는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뇌물을 제공한 경우 시공사 선정에 관한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 된다”며 “입찰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라는 목적에 더하여 보면 피고에게만 문언의 의미를 축소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사업부지를 인도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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