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구 민심’…연이은 대통령 탄핵에 실망
“김문수 후보 때 모인 시민들 예전 같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대구 시민들은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대구 시민들 사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전폭적으로 밀어준 두 대통령이 탄핵당한 데 대한 실망감과 허탈감이 깊게 배어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큰 절을 하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지만 과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대구 수성구 주민 홍 모씨(60대)는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연설회에 옛 대구백화점앞 동성로를 가득 메운 것은 처음본다”며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의 영향이 반영됐고 이재명 후보의 이념을 떠난 실용주의적 입장이 대구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씨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은 보수정당 지지 일변도의 대구경북 정치지형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마침 대선후보 3명이 모두 대구경북출신이어서 표심이 분산될 수 있는 선거환경”이라고 나름의 정치평론을 했다.
대구 중구에 사는 민 모씨(30대)도 “이재명 후보의 중도보수 공략, 이준석 후보의 보수안방 잠식 등으로 김문수 후보가 고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대구경북이 대선 접전지역으로 부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주민 이 모씨(60대)는 “대선후보 선출과정에 실망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결집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 12일 김문수 후보의 서문시장 방문 때 모인 시민들의 수가 예전같지 않고 지역국회의원들의 활동 모습도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지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마의 30%’를 넘었다.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2~13일 대구 경북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1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0%p, 응답률 8.0%.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0.9%로 나타났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53.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7.0%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직 지방의원 출신 이 모씨는 “대선 종반으로 갈수록 결국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대구=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