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외연 확장” 김문수 “결집 반전” 보수표심 쟁탈전

2025-05-14 13:00:02 게재

이, 과반득표 위해 ‘영남 경쟁력’ 입증해야

김, 지지층 결집·내부 통합 도모 갈림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연이틀 영남지역에서 보수 표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과반 득표’를 내세운 이 후보 입장에선 영남권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고, 천신만고 끝에 대선 후보가 된 김 후보는 지지층 결집과 내부 통합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전날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도 유세 일정이 겹치면서 영남권이 6.3 대선 초반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양상이다.

‘보수의 심장’에 하트 보내는 이재명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광역시의 동성로 거리에서 하트를 만들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호남·수도권 자신감…영남 외연확장 기반 =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부산 지역 유세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통영·거제를 방문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산포에서 시작해 목포의 임시사령부까지 이어진 전투 행로를 따른 일정이라고 했다.

부산·경남 유세에서 이 후보는 물류·해상 운송·조선산업 등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동 중에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북극항로를 주제로 대담을 펼치고 국민들과의 소통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틀째 영남권 유세에서 진영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해 달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경북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대구 백화점 앞 유세에서도 “까만 고양이면 어떻고 빨간 고양이면 어떻고 노란 고양이면 어떻나.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색깔 따지고 연고 따질 여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포항 유세에서는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을 지낸 박태준 전 국무총리를 거론하며 “박태준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좋은 것은 다 써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이라도 현실에서 부족함이 있다면 바꿔서 써야 한다”며 “오로지 기준은 우리 국민의 삶”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두터운 영남 보수층을 ‘실용주의 정책’으로 뚫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전국 과반 득표율로 ‘압도적 정권교체’ 여부가 영남권 득표율에 달려 있다고 보고 선거 초반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는 대구 21.6%, 경북 23.8%, 부산 38.15%, 울산 40.79%, 경남 37.38%를 얻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대구·경북에서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부산·경남 지지율을 5%p 이상 높이면 과반 득표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후보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권 경쟁력이 확인된다면 압도적 정권교체의 기틀이 갖춰지는 셈”이라며 “국민통합의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호남 선대위는 90-90 캠페인(90% 투표율, 90% 득표율)을 벌이며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내부결집이 이뤄지면서 이 후보가 영남권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호남 결집, 영남 경쟁력이 확인되면 충청과 수도권 지지세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4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기리며 (이 후보가) ‘위기를 극복하는 위기극복총사령관’,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진주시 진주광미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기 전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진주=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영남 텃밭 사수 김문수…‘윤석열 입장정리’ 여진 계속 = 공식선거운동 3일째를 맞은 김문수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영남권에 머물며 선거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김 후보는 다음날 울산, 부산을 거쳐 14일에는 진주, 밀양 등지에서 유세 활동을 벌인다.

김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시작일부터 3일째 보수 텃밭인 경남 경북 지역 유세에 집중하는 것은 당 내홍에 실망한 지지층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이유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14일 신동욱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단장은 “사실상 선거운동이 민주당보다 늦은 셈이어서 후보가 동선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영남지역이 저희 당으로서는 가장 큰 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공식 후보로 선출되고 가장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전날 대구 유세를 하며 이 지역 유권자들이 가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박정희 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김 후보는 “젊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했다”며 “철이 들어서 가만히 보니까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묘소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묘소에 꽃을 바칩니다’라고 참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세계적인 지도자”라며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 산업혁명을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 대구·경북이 낳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유세 후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언한 김 후보는 14일 오전에는 진주·사천으로 이동해 과학기술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진주광미사거리 유세에서 “취직 안하고 일 못하고 그냥 쉬는 젊은이들이 50만명이 넘었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천 우주항공청 방문과 관련해서는 “비행기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발사체도 잘 만들어서 화성으로, 우주로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김 후보가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죄송스럽다”며 사과를 표명했으나, 탄핵과 관련해서는 변화된 입장을 내지 않아 당내 ‘여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13일 “윤 전 대통령께서 탈당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뜻”이라면서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 이런 것을 가지고 면책될 수가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출당 등의 조치에 선을 그었다.

이는 이날 오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후보님의 입으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탄핵 책임 문제와 윤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 의견이 혼선을 보이면서 중도층 표심으로의 외연 확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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