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흔드는 변수는 ② 심판론
‘윤석열 심판론’이 ‘이재명 견제론’ 삼켰다
김문수, 윤과 절연 못해 ‘심판론’ 키우는 꼴
민주당 3권장악에 대한 ‘견제론’ 부각 가능성
정치권에서는 흔히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총선은 ‘회고투표’로, 대통령이 교체되는 대선은 ‘전망투표’로 부른다. 총선은 정권평가 의미가 강하지만, 대선은 후보 비전을 보고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치러진 대선에서는 정권 평가 성격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박근혜 탄핵으로 실시된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심판론’이 휩쓸었다. 202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초래한 ‘부동산 실패’ ‘조국 사태’가 부각되면서 ‘문재인 심판론’이 우위를 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래한 12.3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실시되는 6.3 대선에서는 어떤 심판론이 작동할까.
1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6.3 대선의 지배적 정서는 ‘윤석열 심판론’이라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과 탄핵 탓에 실시되는 대선인 만큼 ‘윤석열 심판론’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번 대선은 내란심판 프레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고 반탄(탄핵 반대)을 반성하면 뭔가 선거 분위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김 후보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13일 “윤 전 대통령한테 탈당하라는 건 옳지 않다. (출당이나 제명 조치도) 생각한 적 없다” “자기(국민의힘)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김 후보가 ‘윤석열 심판론’을 더 강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윤석열정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윤석열 심판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심판론이 유례없이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SNS에서 김 후보의 발언을 겨냥해 “이길 수 있는 길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반대로 가는 움직임이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심판론’은 잘 드러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5~7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52%, ‘정권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39%로 나타났다. 정권 심판을 뜻하는 ‘정권교체’ 여론이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인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줄곧 앞세웠던 ‘이재명 심판론’ ‘이재명 견제론’이 ‘윤석열 심판론’에 맞서 부각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후보가 친윤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친윤이 내세운 한덕수가 퇴진하고,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계엄과 탄핵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윤석열 심판론’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본다. 대신 ‘이재명 견제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윤석열 심판론’은 상수로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민주당이 입법·사법·행정 3권을 전부 장악할 수 있는데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이재명 견제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