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투자사업 예산’ 수천억 과다책정 의혹

2025-05-15 13:00:19 게재

‘김건희표 예산’으로 알려져

예타 면제받고 초고속 집행

보고서 “대상자 4배 부풀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마음투자사업)에 대해 재정당국이 최대 4700억원의 예산이 과다 책정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총 사업비(8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이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모두 건너뛰면서 시행 대상을 과도하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큰 관심을 보이며 ‘김건희 예산’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마음투자 사업은 최소 2651억원에서 최대 4661억원 과다 추계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3년 9월 기재부로부터 적정성 검토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결과 보고서를 내놓은 결과다.

마음투자사업은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7월부터 2027년까지 3년6개월간 시행될 예정이다. 우울·불안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사업 졸속시행 배경으로 김건희 여사를 지목했다. 김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는 등 자살 예방 대책에 관심을 보였다. 그해 12월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정 중요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한 뒤 전격 예산이 편성됐다.

조세연은 정부가 잠재적 수혜자를 과다추계, 예산이 부풀려졌다고 분석했다. 복지부는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우울증 전 단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아 2024년 기준 160만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봤으나, 보고서는 실제로는 44만명에 그친다고 봤다.

실제 마음투자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저조하다. 2024년 예산 집행률은 그해 보건복지부 집행 예산인 472억4900만원 중 31.0%(146억51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연간 예산(433억5500만원)의 15.1%(65억4200만원)만 집행됐다.

이 사업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초고속’으로 시행됐다. 2023년 8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 반영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하고 이틀 뒤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결정이 났다. 곧바로 기재부는 2023년 9월 마음투자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했다. 올해 1월에 보고서가 나왔지만 지난해 7월 사업은 이미 시작했다. 적정성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업이 시작되는 것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

이 사업 초기부터 현재 안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예산편성 우선순위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미화 의원은 “이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하며, 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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