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관세전쟁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내구력 평가
지난 4월 트럼프정부의 145% 징벌적 대중 관세에 대해 중국은 ‘치욕의 100년’ 시기 강대국의 횡포에 비유하며 125% 대응관세로 맞섰다. 하지만 5월 12일 양국은 대중관세 35%와 대미관세 10%로 물러섰다. 양국 모두 관세전쟁이 초래한 심각한 내상을 고려한 조치다.
관세전쟁 이후 미국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소비가 위축되고 저가품 의존도가 큰 저소득층의 타격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플레로 인한 가구당 추가지출이 연 7600달러로 예상되기도 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침체로 경제성장률이 2.7%에서 1.8%까지 하락할 것이라 보았다.
중국도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 주요 수출품의 적체로 인한 가동률 저하, 임금 감소, 실업 증가를 겪으면서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침체 극복’의 올해 목표가 요원해졌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중국의 5% 목표보다 낮은 4%로 예상했다. 미중이 관세전쟁에서 대화의 길로 전환한 것은 무한 소모전에서 승패의 우열을 쉽게 가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치체제 전문가는 관세전쟁에서 미국이 불리할 것으로 본다. 민주국가는 국민 불만이 쉽게 여론화돼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로 표출된다. 관세 피해를 절감한 기업과 소비자의 불만,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유권자의 항의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지지율이 39%까지 하락해 2차대전 이후 100일 지지율 중 최저였다. 권위주의인 중국은 전가의 보도인 체제통제역량을 발휘해 ‘부당한 억압에 대한 항거'와 ‘고난 극복의 결기’를 국민여론화 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 불리, 내상은 중국이 커
그러나 실제 피해는 대체로 중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트럼프정부는 관세폭탄 이후 블랙먼데이와 국채투매 등의 충격이 나타나자 ‘중국을 제외한 관세부과 90일 유예’ 선언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중국도 기준금리 인하, 특별대출, 소비쿠폰 등으로 대처하면서 상해종합주가지수가 관세전쟁 이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장지표만으로는 실상을 알기 어렵다. 중국은 공식 경제지표 이면에 가려진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
이코노미스트의 칼럼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야간불빛의 변화’로 평가하면 상당히 부풀려졌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2% 수준이라 했으며, 여러 전문가도 중국의 성장률이 발표보다 2%는 적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적·물적·제도적 요소를 최적 활용해 달성하는 잠재성장률이 5.2-5.4% 수준인 중국이 3% 내외 성장에 머물고 있다면 호황을 유지하는 미국보다 관세폭탄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굴기를 상징하는 신산업과 첨단산업이 관세전쟁에 이겨낼 주력군이 될 가능성도 낮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패널의 신3대산업 수출은 154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5%에 불과하다. 기술집약적이고 고용흡수력이 낮아 경제전체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개선 효과 또한 부족하다.
대중관세의 중국경제에 대한 충격도 크다. 2024년 중국 수출은 역대 최고인 3조5772억달러이며 경제성장기여도가 30.3%로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의 상쇄에 기여했다. 이러한 수출에서 대미수출은 4389억달러로서 전체의 12.27%였지만 대미무역흑자는 전체 9921억달러의 29.76%인 2954억달러였다. 베트남 등 우회수출경로까지 고려하면 대미무역흑자는 전체 흑자의 40%에 이를 것이다. 대중관세 145%는 수출기업의 수지악화 임금체불 고용축소로 이어져 민심불안의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끝까지 맞서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완화하고 일부 품목의 선제적 대미관세 인하와 CCTV 등을 통한 대미대화 검토를 시사하고 이번에 대미협상에 나선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시진핑 주석이 4월 29일 ‘중화전국총공회 100주년’ 연설에서 “공동부유 혜택이 광범위한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한 것도 신산업과 첨단산업 등 국가전략산업에서 집중하던 국가재원을 전통산업과 수출산업에도 배분해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라 하겠다.
전략산업 육성뿐 아니라 내수시장 키워야
이번에 미중 양국이 90일간의 잠정적인 관세인하에 합의한 것은 중국의 경제적 내상 심화와 미국내 국민불만 고조를 무마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향후 관세전쟁의 종식은 중국이 과도한 대미무역흑자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수출 밀어내기를 세계가 감당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전략산업의 육성에 머물지 말고 고용효과와 소득창출효과가 큰 민수용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확충에 노력해야 한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지면 관세전쟁의 암운은 자연스럽게 걷힐 것이다.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