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덩샤오핑과 스티브 잡스 리더십의 조합이 절실하다

2025-05-15 13:00:01 게재

대선국면이 펼쳐지면서 언론들은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비판적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만들겠다, 키우겠다, 주겠다”만 있고 ‘어떻게’는 없다며 재원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일견 타당할 수 있지만 반드시 옳은 비판이라고 보기 힘들다. 선거 국면의 특성상 핵심 결론만을 제시할 수밖에 없고 경제 살리기에 성공하면 재원조달 방안은 다양하게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은 다른 곳에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대선인 만큼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숙명적인 질문을 상기해보자.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세가지 위기가 지속해서 심화해왔다. 첫째, 연간 경제성장률이 5년 단위로 1% 하락하면서 급기야 제로 성장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에 이르렀다. 둘째, 사회적 양극화가 꾸준히 심화하면서 신분 세습사회가 고착화되고 있다. 셋째, 정치적 분열이 격화하면서 준내전 상태에 직면했다.

문제는 김대중정부 이후 역대 정부 모두 세가지 위기심화를 반전시키거나 제동 거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어찌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만약 그 원인을 밝히고 근원적인 치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실패는 반복할 수밖에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 성공 덕분에 세가지 위기의 지속적인 심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끈질기게 버티면서 선진국 진입이라는 기적을 일구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력이 소진되어 가고 있다. 만약 6월 4일 출범할 새정부마저 실패를 반복한다면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 ‘피크 코리아’의 현실화다.

‘시장혁신’ 책임질 중도통합적 정치세력 필요

최대한 단순화시켜 문제의 근원을 짚어보자. 세가지 위기심화의 근원을 재생시켜 온 영역은 외환위기 이후 삶의 영역을 지배해 온 ‘시장’이었다. 문제는 세계화와 함께 시장에 대한 국가 우위 시대가 확실하게 막을 내렸다는 데 있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임의로 통제하고 조율하기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됐다.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시야는 예외없이 정부 운영에 갇혀 있었다. 시장의 자발적 혁신이 절실했으나 이를 끌어낼 안목도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반면 시장의 핵심 주체인 기업은 각자도생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너도나도 자기 살기에 바빴다. 결론적으로 세가지 위기 심화에 대한 근원 치유의 필수조건인 ‘시장의 혁신’을 책임질 주체가 없었다.

시장혁신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사회가 품고 있는 풍부한 창의적 잠재력이 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전환되게끔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주체 간의 관계가 상생 지향의 동반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결과로 중도통합적인 정치세력이 부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한시대의 획을 긋는 대전환이 절실하고도 불가피하다. 이를 뒷받침하자면 전혀 새로운 리더십이 구사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리더십의 롤모델을 중국 개혁개방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시장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조합에서 찾고자 한다.

1960년대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통치라는 제약 속에 정부 행정력에만 의존해 개혁개방을 추진하다 참담한 실패를 맛본 적이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재차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덩샤오핑은 시종일관 현장에 내려가 농민 노동자 상공인 등 경제주체들과 함께 해답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해답찾기를 공유한 경제주체들은 사장경제로의 전환에 자발적으로 협력했다. 덕분에 대륙 국가 중국은 큰 혼란 없이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대전환 모색하길

스티브 잡스는 IT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앱스토어라는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선보였다. 앱스토어에 참여한 애플 개발자와 사용자는 함께 이익을 누리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각자도생 무한경쟁의 시장이 상생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혁신적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을 보여 준 의미심장한 사례였다.

덩샤오핑과 스티브 잡스 리더십의 조합은 집체적 리더십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그 같은 리더십이 창출되어 한국 사회의 대전환을 모색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