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지하도·터널 안전 잡는다
밝기 개선된 LED 조명 활용, 시인성↑
암전이후 1시간 빛나는 표지판도 개발
서울시가 디자인을 활용해 지하도·터널 안전 개선에 나섰다. 시는 안전한 터널과 지하차도 운영을 위해 ‘표준형 안전디자인’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터널 화재 시 빠른 대피가 가능하도록 불길과 연기 속에서도 잘 보이는 ‘안전빛색’을 국내 업체와 손잡고 새로 만들었다. 피난연결통로·터널 상부에 경관등 형태로 설치해 터널 내부를 밝힌다.
암전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 1시간 동안 별도 전원 없이 발광하는 ‘축광 시트’를 활용해 지하도 내부 안전표지를 교체한다. 비상 시 대피로 찾기 등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직관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작업 환경을 고려해 만국 공용인 아라비아 숫자를 중심으로 개선했다.
자체 발광하는 축광시트는 터널 공사 시작 때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통상 대형 지하차도나 터널 공사는 7~8년씩 걸린다. 공사 기간만 1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개통 후 뿐 아니라 공사 중 작업자 안전이 중요한 배경이다.
◆그간 제품은 모두 중국산 =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에도 안전 디자인을 표준화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 한계는 제품이 모두 중국산이었다는 점이다. 매번 발주 때마다 디자인과 색상에 차이가 발생했다. 발주량이 공사 때마다 제각각이다보니 업체 입장에선 새 제품 개발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는 이 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업체와 손잡고 색상과 규격이 균일하게 나올 수 있도록 아예 새 제품을 개발했다. 초록과 노란색을 혼합해 시인성을 높인 새 색상(안전빛색)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었다. 세계 3위 LED 전문기업이자 국내 유일 광반도체 기술 기업인 서울반도체가 결합했고 향후 터널안전경관등 제작을 위한 ‘안전빛 LED 소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축광시트 개발에는 한국3M이 함께 했다.
터널뿐 아니라 일반공사장에도 안전 디자인이 적용된다. 통상 공사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플라스틱 방호벽은 색상을 기존 빨간색 중심에서 파랑으로 바꾼다. ‘주의’ 혹은 ‘금지’를 표시할 땐 주로 빨간색을 사용했다. 하지만 빨강과 초록은 색각이상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주된 색상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빨간색이 많이 쓰이는 경향이 있어 금지의 중요성을 둔감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안전디자인 표준화·규격화 추진 = 시의 이번 조치는 디자인으로 산업현장 안전을 개선하려는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다. 앞서 2022년 서울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서울 표준형 안전디자인을 개발했다. 일관된 기준없이 현장별로 제각각인 안전표지를 표준화하고 이를 위한 디자인 지침을 만든 것이다. 색맹·색약 등 색각이상자도 구별 가능한 안전색을 선정하고 직관적으로 내용 파악이 가능한 안전 픽토그램을 만들었다. 시는 디자인뿐 아니라 안전 하드웨어 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립 상황 발생 시 작업자의 위치를 외부에 알려줄 수 있도록 경보음이 울리는 발신기가 내장된 안전모를 개발했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서울에는 터널 47개, 지하차도 167개 등 214개의 지하도로시설물이 있고 현재도 많은 지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에 공개한 안전디자인 설치, 확산을 통해 지하도와 터널을 이용하는 시민과 공사인력의 안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