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나려는 과학인재들 잡아라

2025-05-15 13:00:03 게재

세계 각국 인재흡수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각종 연구 예산 삭감과 공공 연구소 해체, 강경 이민정책 등으로 미국을 떠나려는 과학 인재들이 급증하자 세계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을 경쟁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최상위급 연구자와 과학자들의 ‘메카’로 여겨졌다.

어느 분야에서든 연구 예산은 더 많았고, 연구자들에게 주는 급여는 더 높았으며, 연구실 시설과 장비도 더 우수했다. 지난해 미국은 연구·개발(R&D)에 거의 1조달러(약 1404조원) 예산을 지출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기초 연구 분야에 투입된 비용 가운데 정부 지출이 약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과학 연구소와 대학에 지원하는 수십억달러의 연방 예산이 삭감되고 연구 대상 분야가 제한되기 시작했다. 또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외국 출신의 연구자와 유학생들을 내쫓고 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지난 3월 미국의 과학자 1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꼴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주요 국가들은 미국에서 유출되는 인재들을 흡수하기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일 유럽 과학 콘퍼런스에서 ‘유럽을 선택하세요’(Choose Europe)로 명명한 과학연구 종합지원 계획을 내놨다. 2027년까지 연구지원 예산으로 5억유로(약 8000억원)를 투입하고, 유럽으로 이주한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를 더 확대하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중순 연구자 유치를 위한 플랫폼 ‘과학을 위해 프랑스를 선택하세요’(Choose France for Science)를 개설하고, 프랑스 내 대학과 그랑제콜(고등교육전문기관), 연구기관들이 해외 과학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해외 과학자들의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5000만파운드(약 932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무시당하거나 저평가된 과학자들”을 유인하겠다며 관련 예산으로 4500만유로(약 707억원)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 역시 “미국에서 학술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960만달러(약 135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의 유명 의대는 우수한 해외 연구자의 3년간 급여와 일부 이주비를 지원하기 위해 200만달러(약 28억원)를 배정했다.

NYT는 이 밖에도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벨기에, 호주, 중국, 한국 등이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 있는 연구자와 과학자, 학생들을 겨냥한 지원 프로그램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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