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쌀 가공용 저가판매로 재정 악화
가공용 쌀 12만원에 사와 3만원에 팔아 … 경실련 “쌀값 불안정, 양곡특별회계 적자 원인”
정부가 보유한 쌀을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싸게 팔면서 정부 재정에 적자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입쌀 등을 비싸게 들여와 가공업자에게 저렴하게 판매한 것이 재정 악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정부관리양곡사업 적자의 실체와 양곡관리사업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정부의 보유양곡 저가판매로 양곡관리특별회계(양특회계) 적자구조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부관리양곡 중 군수용 관수용 학교급식용 경로당용은 정상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가공용 주정용 원조용 사료용은 매우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양특회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가공용은 2020년과 2021년에 국내산(80㎏)은 6만4000원이었다가 2022년에는 3만2320원으로 가격을 거의 반값으로 낮췄다. 2023년부터는 가공용으로 국내산과 수입쌀 구별 없이 80㎏당 3만2320원 일률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가공업자와 주정업자에게 각각 73.4%와 76.0%를 보조해주는 셈이다.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쌀의 수입단가(80㎏)는 2020년 8만8358원에서 2024년 12만6660원으로 올랐다. 비싸게 들여온 수입쌀은 국내에서 가공용과 주정용으로 싸게 판매한다. 2025년 기준 가공용과 주정용 수입쌀 판매가격 3만2320원과 2만9120원으로 각각 수입단가의 26.6%와 24.0%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TRQ 수입쌀 40만8700톤의 저가 판매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수입쌀의 저가판매가 적자의 가장 큰 비중으로 추산되고 더구나 2023년부터 국내산과 수입쌀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3년 이후 가공용과 주정용에서 국내산은 약 2000억원 이상 적자, 수입쌀은 약 4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공용 및 주정용의 저가 판매단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공용 판매가격을 2020년과 2021년의 80kg당 6만4000원에서 2022년부터 약 절반 수준(3만2320원)으로 인하해 양특적자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조용으로 정부가 비축한 양곡은 2020~2023년 5만톤에서 2024년부터 10만2000톤, 올해 15만톤으로 물량이 늘어났다. 원조용 쌀의 적자 규모는 2000억~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경실련은 정부관리양곡을 공매입찰(역공매가 아닌)을 통해 정상 판매가격과 근접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정부관리양곡 8만2000톤을 정상 판매가격인 80㎏당 17만6100원에, 2017년에는 4만톤을 정상 판매가격인 16만880원에 판매한 사례가 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양곡관리사업의 해법을 재배면적 강제 감축이나 시장격리 반대 등 국내 생산기반을 흔드는 조치는 양특적자 문제해결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며 “수입쌀의 헐값 판매로 시장을 교란하고 국내 쌀값을 불안정하게 하며 양특적자를 대규모로 발생시키는 양곡관리사업은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이재걸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