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건산연 “저성장·고금리 등에 우려 커 … 중장기적으로 산업 체질 전환 필요”
최근 이어지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고 구조적 복합성을 띠고 있어 정책 지원과 중장기적 산업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5일 발간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건설경기를 비교한 여러 통계를 기반으로 이같이 밝혔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경상)는 2023년 전년 대비 16.6% 감소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1%보다 더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축 착공면적 역시 2008년에는 전년 대비 22.2% 줄었으나 2023년에는 -31.7%로 더 크게 감소했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기성(경상)의 경우 과거 금융위기를 전후해서는 2007년 6.6%, 2008년 4.9%, 2009년 3.2%로 둔화하기는 했지만 성장세 자체는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2022년 12.4%, 2023년 10.7% 증가하다 2024년 -3.2%로 하락했다.
건설투자도 2022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3.5%와 3.0% 감소해 2008년 감소폭인 2.7%를 웃돌았다.
주택 수요 부진 지표인 연도별 미분양(12월 말 기준)은 2008년에 16만5599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2022년에는 6만8107가구로 물량 자체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84.6%에 훨씬 가팔랐다.
대한건설협회 건설업경영분석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건설기업 수익성 지표는 금융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건설업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007년 8.5%에서 2009년 2.8%로, 2021년 6.2%에서 2023년 3.4%로 감소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7년 6.4%에서 2009년 5.2%로, 2021년 4.8%에서 2023년 3.0%로 줄었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최근 건설경기 악화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수주, 착공면적, 기성, 투자 등 주요 지표에서 더 빠른 침체양상을 보인다”면서 “특히 건설업 수익성은 금융위기 당시만큼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에 달했다. 이후 2008년 3.0%, 2009년에는 0.8%까지 떨어졌다가 2010년 7%로 반등한 뒤 코로나 대유행 전까지 3% 안팎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최근에는 2022년 2.7%, 2023년 1.4%, 2024년 2.0%에 그쳤고 2025년과 2026년에도 각각 1.5%, 1.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신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금융 여건상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2008년 9월 5.25%였던 한국은행는 위기 대응을 위해 기준 금리를 2009년 2월 2.0%까지 단기간에 인하됐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빠르게 하락해 유동성이 공급됐다. 그러나 2024년 9월까지 3.5%를 유지하던 금리가 올 5월에도 2.75%로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그럼에도 지금은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물가안정 기조 등을 고려할 때 과감한 금리 인하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산연은 이 외에도 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 수익 저하와 분양가 인상 부담이 발생하는 점, 대출 규제와 고금리 부담, 가구 수 증가세 둔화 등에 따른 주택 수요 위축도 건설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는 요인으로 꼽았다.
건산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현재의 건설경기를 비교해 보면, 두 시기 모두 주요 건설 지표가 동반 하락하며 업계 전반에 위축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현재가 더 구조적이며 회복 여건이 제안적인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나 빠른 기준금리 인하 등 공공 주도의 신속한 경기 부양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고물가와 고부채, 미국과의 금리 역전 등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이 있고, 재정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공공 발주 정상화, 도심 재정비사업 활성화 등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건설 현장의 자금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자본의 적극적 활용, 공사비와 기간 현실화, 인력 수급 문제 대응 등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