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격화에 대선 경호 강화
이재명 후보 저격 우려에 경찰, 총기 관측장비 투입 … 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처리반도 배치
제21대 대통령 선거 유세에 총기 관측장비와 방탄복이 등장했다. 경비인력도 과거 선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격화된 사회적 갈등으로 테러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대선후보자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저격용 총기 관측장비를 투입하고 후보자별 경호요원 추가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테러 예방을 위해 행사장별로 경찰특공대를 배치하고 폭발물 탐지견을 이용해 안전검측을 한다. 특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폭발물처리반도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경찰은 드론을 이용한 테러에도 대비하기 위해 전파탐지기와 전파방해 장비인 재밍건 등 특수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또 후보자가 참석하는 유세장 인근의 건물과 옥상의 주요 이동로에 경찰관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경찰은 유세장 주변 혼잡 완화, 질서유지와 교통 안전관리, 불법행위자 즉시 검거를 위한 형사 활동 등 담당 경찰서의 전 기능을 총력가동 중이다. 기습적인 집회·시위에도 대비하기 위해 기동대까지 운용하고 있다.
◆“저격용 소총 반입 제보” … “확인 안돼” =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이라 야당 후보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경험이 있고,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진영갈등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저격용 소총 밀반입 등 이재명 대선 후보를 노린 테러 위협 제보가 잇따른다며 이 후보에 대한 경호 강화를 요구했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13일 한 방송에서 “사거리가 2㎞에 달한다는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됐다는 제보까지 접수되고 있다”며 “전문 킬러들이 쓰는 저격 소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3일에도 ‘이 후보에 대한 습격을 모의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현장에서 대인 접촉을 줄였으며,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는 선거운동 점퍼 속에 방탄복을 착용하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지난해 이 후보의 부산 흉기 피습과 관련해선 국가정보원과 윤석열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4일 한 방송에서 “국정원이 배후에 있다는 의구심이 여전히 있다”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이정헌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 공동본부장은 14일 “조만간 유세 현장에 방탄 유리막이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러시아제 소총 반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 차원에서) 아직까지 확인되거나 (민주당에서) 신고가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4부 요인과 동일한 수준 경호 = 경찰은 지난 12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됨에 따라 각 후보에 대한 경호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대통령 후보와 관련해 경호 강화 지시를 각 시도경찰청에 하달했다. 이에 시도경찰청에서는 각 경찰관서에 유세 지역 등에 대한 사전 취약 요소를 점검하고, 각 관서의 필요한 인력 지원 등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1일 경찰청에 선거 운동 기간 후보자들의 경호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테러 논란과 별개로 최고 등급의 경호를 후보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후보자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경찰 내부 규정 등에 따라 경찰로부터 ‘을호’ 등급의 경호를 받는다. 경찰이 담당하는 최고 경호 등급으로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등 4부 요인과 동일한 수준이다.
경찰은 주간의 경우 팔을 뻗었을 때 닿는 거리 안에서 후보자를 경호한다. 야간에는 후보자 자택에 대한 경비를 지원하는 등 24시간 밀착 경호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지난달 17일 후보자 전담 경호팀을 180명 규모로 선발했다. 150명이었던 직전 대선보다 많은 규모다.
한편 경찰은 이날부터 오는 6월 3일 대통령선거 개표가 종료될 때까지 선거경비통합상황실을 운영한다. 경찰청을 비롯해 전국 18개 시도경찰청과 259개 경찰서에 설치된 상황실은 유세장 경비, 투표함 회송과 투·개표소 경비 등을 24시간 관리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