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대한민국’…“갈등해소는 정부·국회 몫” 47%

2025-05-15 13:00:31 게재

갈등 원인은 이익 챙기기·이해 부족·가치관 차이

19대·20대 대선때보다 ‘국민통합’요구 많아져

6.3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국민 통합’이다. 국민들은 두 번째 탄핵으로 자신이 뽑은 대통령을 스스로 끌어내리는 ‘민주주의의 정수’를 보여줬지만 과정은 이념적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벼려 놨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싸이면서 1997년 IMF체제 이후 경제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이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이념 양극화’로 전환됐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공습은 이러한 양극화를 확대 재생산해 냈다.

다르지만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구동존이’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촛불혁명이 만들어놓은 ‘통합’의 기회는 실패했다. 계엄을 넘어선 조기 대선 이후엔 ‘국민통합’을 만들어내야 할까. 차기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15일 매니페스토본부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4, 25일 이틀간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21대 대선 핵심 의제’를 조사한 결과 국민 통합·사회적 갈등 해소가 14.5%로 네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지목했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21.1%) △경제 회복 및 저성장 극복대책 마련(19.1%) △공정과 상식 회복 등 민주주의 복원(17.4%)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었지만 2017년 대선이나 2022년 대선 때와 비교하면 크게 부상한 것이다.

2017년엔 아예 10위 안에 ‘통합’ 의제가 올라오지도 못했고 2022년엔 10번째로 4% 정도의 관심도만 드러냈다. 지난달 4~24일까지 113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델파이조사에서는 국민통합이 가장 핵심적인 대선 의제로 지목됐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4일 1006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정책 분야’로 45%가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꼽았고 국민통합이 20%로 뒤를 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경제 회복’이라고 한 응답자가 전체의 48%였고 그 뒤는 국민 통합(17%)이 차지했다.

◆이념, 빈부, 노사 갈등 “심하다” 60% 이상 =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념 갈등을 가장 심한 갈등으로 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8월과 9월에 전국 19~69세 남녀 8251명을 면접조사(자기기입식 조사 병행)한 결과 이념 갈등이 심하다(약간 심하다+매우 심하다)고 언급한 비율은 77.5%였다. 빈부(빈곤층과 중상층) 갈등이 심하다는 의견은 74.8%였다. 노사(근로자와 고용주) 갈등에는 66.4%가 심하다고 답했다. 수도권과 지방(58.6%), 세대(노인층과 젊은층, 58.3%), 성별(남성과 여성, 51.7%) 갈등의 심한 정도도 50%가 넘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9%p~±1.55%p)

사회갈등의 원인으로는 25.9%가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4.5%는 개인이나 집단간 상호 이해 부족을 짚었고 17/9%는 개인이나 집단간 가치관 차이를 문제 삼았다. 빈부격차(16.8%), 권력집중(9.1%), 기회의 불평등(4.3%)이나 갈등조정기구나 제도 미비(1.4%) 탓이라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갈등 해소에는 정부(29.7%)와 국회(17.8%)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언론(15.0%), 시민단체(7.0%), 법조계(6.6%)의 역할도 주문했다.

차기 정부가 국회와 협치하면서 이익추구에만 쏠리지 말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상호 이해와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고 타협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확인되지 않은 대선주자들의 통합 의지 = 대선 주자들의 ‘통합 전략’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고 있다. ‘통합’은 말하지만 ‘어떻게’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신체 위협이 제기되면서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방검복을 입는 모습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대통령 경호실은 대선후보 동선마다 경호요원들을 다수 배치했고 경찰은 유세장 주변에 저격수를 배치했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 자문위원 초청 전문가 간담회 ‘혐오와 차별, 법의 지배, 민주주의’에서는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은 사회경제적 위기와 불평등, 기존 지위에 대한 위협 등에서 비롯된 깊은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시민들은 불확실성과 무력감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나 권위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 두려움은 증오와 혐오, 분노로 증폭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1차적으로 선거·정당제도 등 정치제도에서의 개혁을 통해 양극화된 정치상황에 대한 해소를 추구하면서 경제구조, 교육시스템, 복지정책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의 동시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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