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 홍준표, 선거 앞 존재감↑
국민의힘·민주 양쪽서 구애
“대선 끝나면 돌아가겠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이 더 커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경선 탈락 후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홍 전 시장이 SNS를 통해 글을 올릴 때마다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그동안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해왔던 홍 전 시장이 타깃을 바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열세 상황인 국민의힘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를 틈타 더불어민주당은 홍 전 시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향후 홍 전 시장 거취에도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홍 전 시장은 15일 지지자들과의 소통채널인 ‘청년의꿈’에 “하와이는 놀러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것”이라면서 “대선 끝나면 돌아가겠다. 누군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이 몹쓸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청소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전날에는 “두번 탄핵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급하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이젠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며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대선 반전을 위해서는 보수 정치 상징성을 가진 홍 전 시장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홍 전 시장이 재차 거부 의사를 표한 것.
홍 전 시장의 이 글에 대해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당에서 두 번의 대권 도전, 두 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수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면서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직격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다른 의원들이 “여전히 우리당의 상징적인 존재”(안철수 의원), “대의를 위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나경원 의원), “당과 나라를 지켜주시는 데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권성동 의원) 등 홍 전 시장에게 구애의 목소리를 낸 것과는 배치된다.
이에 대해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1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권 전 위원장의 메시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얘기하고 싶은 것을 대신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홍 전 시장이 계속 메시지를 내는 것은 정치적 복선이 있어 보인다”면서 “내 나라 백성, 좌우 공존하는 통합 정부 등의 메시지를 봤을 때 차기 정권에서의 역할이라든가 이런 것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선배님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특히 좌우통합정부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글을 남겼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