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전세사기’ 부부, 징역 3년6월·7년 확정

2025-05-15 14:22:02 게재

대법, 무자본 ‘갭투자’ 사기 혐의 인정

전세사기 처벌기준, 중개사 책임범위 제시

경기도 동탄 지역에서 수백채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부부에 대해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A씨의 남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의 성립,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 부부는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 등지의 오피스텔 268채를 사들이면서 145명으로부터 약 170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인근 대기업 게시판에 ‘다수 오피스텔을 보유해 경계해야 할 임대인’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되자 원활한 임대를 위해 남편 명의로 오피스텔 94채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매도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먼저 체결된 후 임대인이 해당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에도 사기 범행이 성립하는지 여부다. 2심은 공인중개사와 매도인, 피고인들 사이의 공모관계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된 일부 사례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음은 ‘무자본갭투자’ 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재정 상태와 투자 방식을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다.

마지막으로, 공인중개사를 임대인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검찰은 공인중개사들이 임대인들의 ‘보증금 돌려막기’를 알면서도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고 무자본 갭투자를 적극 권유한 점 등을 들어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1·2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1심 법원은 부부에게 징역 12년과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피해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이유로 징역 7년과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했다.

검사와 A씨 부부가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공인중개사 B씨 부부도 징역 7년과 4년이 확정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대차계약에서의 사기 성립 요건과 공인중개사의 책임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적 문제인 전세사기 사건의 처벌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도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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