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가 소비자심리까지 흔든다
연준 보고서 “관세→가격→소비위축 3단계 충격 … 2~3주내 CPI에 반영"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소셜미디어와 공개 석상에서 연준의 대응이 “항상 너무 늦고 틀렸다”고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7일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하며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이 결정에 앞서 위원들이 참고한 주요 자료 중 하나는 5월 9일 공개된 보고서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실시간 효과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연준의 전략적 프레임워크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 재정비 고민의 산물이다. 고빈도 데이터를 활용해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제시했다. 관세 전가 효과를 정밀하게 추적한 이 연구는 연준이 직면한 정책 판단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된다.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단행한 대규모 관세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존 후행적 통계 방식에서 탈피해, 웹 크롤링 기반의 가격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했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에 부과된 고율 관세가 단 2~3주 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번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관세 인상이 단지 수입품 가격만 밀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품목과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내 생산품 가격에도 연쇄적인 상승 압력을 가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특히 전기전자제품, 의류, 식료품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에서 이러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들 품목은 유통 속도가 빠르고, 기업들이 수요 감소보다 가격 전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연준은 이번 분석에서 관세가 단순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행동에도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온라인상에서 가격이 급등한 직후, 특정 품목에 대한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 인상이 실시간으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실시간 물가 분석 기법을 통해, 기존의 공식 CPI나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보다 앞선 경고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가 전가 속도는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식료품과 의류 등 저마진 품목에서는 소매업체가 가격 인상분을 곧바로 소비자에게 전가했고, 자동차 및 가전 제품처럼 대체재가 많고 단가가 높은 품목은 상대적으로 전가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품목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했으며, 그 효과는 몇 달 간 이어졌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0.1%포인트 이상의 이상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 정책금리와 연계된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정책당국에 여러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고율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국산품 보호’나 ‘무역 불균형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할 수 있으나, 동시에 소비자 가격 인상을 동반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둘째, 실시간 가격 감시 체계를 활용하면 기존의 지표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 반응을 포착할 수 있어, 향후 통화정책 결정 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관세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충격을 가하는 도구이자, 물가안정 목표와 충돌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향후 정책 논의 시 이러한 실시간 분석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