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범들 대법원서 잇따라 중형 확정
대구 남구 징역 13년 … 경기 동탄 임대인 징역 7년 실형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징역 7년 … 추가 기소, 재판 중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해 잇따라 중형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 몬 ‘대구 남구 전세사기’ 임대인은 징역 13년이 확정됐으며, 경기도 동탄지역에서 수백채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17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인 부부가 징역 7년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건축왕’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에 원룸 12채를 보유한 임대인인 A씨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차인 104명에게 전세보증금 88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을 진행한 대구지방법원은 이 가운데 피해자 87명, 총 71억원에 대한 사기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계약 당시 건물의 담보가치가 임대차 보증금 합계보다 높았던 건은 무죄로 분류됐다.
지난해 5월 이 사건 피해자 중 A씨에게 8400만원을 떼인 뒤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A씨는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하면서 기존 임대차 보증금 합계액을 축소 고지하거나 알려주지 않는 식으로 임차인을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기존 임차인들과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누적 채무가 더 많아진 재정 상황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 금액이 70억원 이상으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고 피해자 중에는 자살한 사람도 있다”며 “원심이 선고한 형이 결코 무겁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해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도 사기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7년을, 남편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의 성립,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B씨 부부는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 등지의 오피스텔 268채를 사들이면서 145명으로부터 약 170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공인중개사 C씨 부부도 징역 7년과 4년이 확정됐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지난 1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축왕’ 60대 건축업자에게 징역 7년형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명의수탁자 등 공범 9명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 또는 징역 8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이 확정됐다.
남 모씨 등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48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준공 대출금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경기도와 인천시에 약 2700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A씨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출이자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중 결국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여러 주택의 경매가 개시됐지만 남씨가 고용한 공인중개사 등은 이 사정을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의 전세사기 범행이 드러나면서 지난 2023년 2~5월 동안 피해자 4명이 숨졌다.
한편, 남씨는 이 사건 외에도 추가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임차인 372명의 전세보증금 약 30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인천 일대 소형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10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8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재판이 열린다.
추가 기소된 사건을 모두 더하면 남씨 등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665명, 피해 보증금은 약 536억원으로 늘어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