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변수는 무엇 ④ 보수후보 단일화

“김문수·이준석 합쳐라” 요구 크지만 아직 ‘감감’

2025-05-16 13:00:47 게재

24일이 시한 … 지지율 약진 후보 나오면 동력 생겨

김문수 후보, 윤석열 절연 못해 협상 여지마저 없애

역대 대선에서 후보단일화는 막판에 판을 흔드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100% 이긴 건 아니었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분명했다. 6.3 대선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진영에서 터져 나온다. 하지만 단일화를 요구하는 말만 앞설 뿐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 형국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광주 동구 운림동 한 골목에서 시민이 부착된 선거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는 막바지 판세를 흔드는 빅이벤트로 통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성사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극적으로 합쳤다.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뒤지던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성사됐고 윤석열정권이 탄생했다.

거꾸로 분열은 패배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1997년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로 분열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40.3% 득표로 승리할 수 있었다.

18일 남은 6.3 대선이 ‘이재명 독주’로 치달으면서 “보수후보가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12~14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이재명 49%, 김문수 27%, 이준석 7%였다.

이런 지표로 보면 3자구도일 때 보수 후보의 역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요구가 잇따르지만 당위론에 그치고 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단일화 논의가 급발진하려면 누군가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상대를 제압하는 수밖에 없는데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늦어도 내주까지 김 후보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올라가고, 이준석 후보가 10%를 넘지 못하면 단일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3자구도가 굳어지고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지지율로 이준석 후보를 압도하면 이 후보가 레이스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선에서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김 후보와 비슷해지고, 이재명 후보와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이준석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보수진영에서는 단일화 시한으로 24일을 꼽는다. 25일은 투표용지 인쇄일이다. 24일까지 단일화하면 투표 용지에 사퇴가 표기된다. 엄 소장은 “24일까지 누군가가 포기하고 합쳐야 단일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까지 1주일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이 후보는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김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면서 이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나올 여지마저 없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도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절연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김 후보가 반탄(탄핵 반대) 입장을 바꿔야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응할 명분이 생기는데 김 후보가 기존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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