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5.18 기념사에 비판 이어져

2025-05-19 13:00:16 게재

헌법 전문 수록과 비상계엄 사과 빠져

5.18단체·강기정 시장 “기대 저버렸다”

12.3 비상계엄 이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처음 열렸지만 광주시민 등이 기대했던 ‘헌법 전문 수록과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등이 정부 기념사에 빠져 반발을 불러왔다. 게다가 무장한 경호원이 기념식 곳곳에서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 빈축을 샀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시민들이 참배단에 헌화·분향하며 추모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19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5.18민주유공자와 유족,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정치인과 학생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사는 대통령 궐위에 이어 국무총리 공석으로 이주호 권한대행이 낭독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곳곳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45년 전, 오월의 광주가 보여줬던 연대와 통합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80년 5월 이곳 광주는 평범한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 정의 인권의 가치를 목숨 바쳐 지켜낸 역사의 현장이었다”면서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거리로 나온 우리의 부모, 형제, 자매들은 부정과 불의에 맞서 온몸을 던져 싸웠다”고 평가했다.

이 권한대행이 이날 기념사에서 연대와 통합의 광주 정신을 언급했지만 정작 참석자들이 고대했던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가 빠지면서 곧바로 비판이 이어졌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기념식 직후 보도 자료를 통해 “권한대행 기념사에는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진상규명 지속, 기념사업법 제정, 유공자 처우 개선 등 5.18을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페이스 북을 통해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다짐이 없었다”면서 “기념사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오늘도 여지없이 빗나갔다”고 꼬집었다.

기념식도 졸속으로 진행됐다. 당초 계획했던 45분 기념식이 37분으로 짧게 진행됐다. 또 식순인 ‘묵념’ 때 ‘늙은 군인을 위한 노래’가 흘러나왔고, 이 권한대행의 5.18 민주묘지 참배조차 생략됐다. 더군다나 기념식장 곳곳에 배치된 대통령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이 군복과 방탄조끼, 방탄모 등을 갖춰 입고 무장한 모습을 버젓이 드러내면서 유족들의 계엄군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5.18기념재단은 “정부는 기념식을 준비할 때,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가해자가 누구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고려했어야 한다”면서 “5.18 가해자인 군인을 위한 노래를 틀고 무장 요원이 곳곳에서 무기를 들고 서 있는 기념식을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준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언급도 없고, 유족들과 공감 한 마디 나누지도 않고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 허탈한 마음까지 들었다”면서 “더군다나 보란 듯이 군복을 입은 이들이 기념식장을 돌아다니고 있어 5.18 유족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는 시민 등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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