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미국과 조선협력 집중
제주서 USTR대표 만나
일본, 한국에 뒤질까 ‘초조’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국과 조선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이 미국발 조선산업 부흥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는 것에 비해 자국의 대응이 뒤쳐진다며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와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16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현장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조선·항만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 언론도 양사의 적극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은 16일(현지시간) USTR 대표와 만난 한국의 두 대형 조선사 대표의 제안을 즉각 타전했다.
지캡틴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미국이 조선산업 재건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며 “HD현대는 우리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도 “한화오션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생산 인프라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키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캡틴은 중국의 조선능력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에서 한국이 중요한 동맹국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캡틴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항만 인프라를 대체하는 것에도 한국의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을 기울였다. 현재 미국 항만에서 운영 중인 크레인의 약 80%는 중국산이고, 이를 대체하려는 계획은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중 시작됐다. 현재 핀란드의 코네크레인과 일본의 미쓰이가 장비를 공급할 뜻을 밝혔다. 미국 안에는 선박에 짐을 싣고 내리는 항만크레인 제조 기업이 없다.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과 미국의 협력 움직임에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수주가 급증한 가운데 지난달 일본 조선업체의 수출 계약이 급감하면서 한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일본은 4월 한 달 동안 총 62만톤(GT) 규모 신규 수출선박 수주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어든 규모다.
니케이는 15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수출수주 감소는 조선소의 생산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시하는 조선산업이 활황 시장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조선기업들이기술력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과거의 감산 및 기업 철수 후유증으로 산업 전반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 선도국인 중국과 한국에 더 큰 격차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주 잔량은 4월 말 기준 2950만톤으로 3월 말 대비 1% 증가했다. 이는 약 3.7년치의 작업량에 해당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