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이 탈당한 윤석열…‘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서 기선 뺏긴 김문수
탈당 압박에 버티던 윤, 17일 뒤늦게 “국힘 떠난다”
‘중수청’서 밀린 김 후보 … “탈당만으로 반전 어려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적기를 놓쳤다” “사과도 없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미 기선을 뺏긴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사과 없는 탈당만으로 ‘중수청’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관전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탈당 압박이 거세지자, 17일에서야 SNS를 통해 탈당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선거는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12.3 계엄과 탄핵에 대해선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탈당을 미화하는데 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김 후보측에서는 ‘윤석열 탈당’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비친다. 윤 전 대통령 탓에 국민의힘과 김 후보에게 등 돌렸던 ‘중수청’ 민심이 돌아올 것이란 바람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고, 때도 놓쳤다. ‘중수청’ 민심이 돌아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중수청’ 민심은 대선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보수층과 진보층, 영남과 호남, 60대 이상과 40·50대는 이미 구 여권과 구 야권 지지로 극명하게 갈린 상황에서 ‘중수청’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갤럽 조사(13~1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중수청’ 민심은 이미 후보 간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도층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2%를 얻어 김문수(20%) 이준석(12%) 후보를 압도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합쳐도 이재명 후보에 못 미친다. 수도권 민심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가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50%를 넘겼다. 이재명 후보는 20대에서는 36%로 상대적 약세지만, 그래도 선두권이다. 40세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0대에서는 24%로 그나마 두각을 나타냈다. 김문수 후보는 20대에서 10%대 지지율에 그쳤다. 30대에서는 이재명 47%, 김문수 17%, 이준석 14%로 이재명 후보의 강세로 나타났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중수청’ 민심에서 대등한 대결을 펼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윤 후보는 중도층(44.7%)과 20대(47.8%), 30대(46.3%)에서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여줬다. 개표 결과 서울(50.5%)과 경기(45.6%), 인천(47.0%)에서도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중수청’에서의 경쟁력을 발판 삼아 이재명 후보를 간발의 차로 이긴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19일 “대선까지 1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수청’ 민심을 뒤흔들만한 강력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김문수 후보가 ‘중수청’ 민심에서 강세로 돌아설 만한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이 반성도 없이 뒤늦게 탈당했다고 해서 ‘중수청’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