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장 전망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주요국 무역 협상 주목

2025-05-19 13:00:07 게재

트럼프 관세 폭주 이어질까 우려 … 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

아시아 통화 절상 이슈 반복 … 원달러환율 변동성·하락 압력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과 한국과 일본 등 주요국 무역 협상 진전 여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소식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둔화를 벗어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주가 이어질까 우려도 나온다.

◆무디스,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7일 “미국의 경제적·재정적 강점은 여전히 크지만, 악화된 재정 지표를 상쇄할 만큼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로써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3대 신용평가사 모두에서 최고등급인 ‘Aaa’를 상실했다.

무디스는 등급 보고서에서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적 지출이 총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과세와 지출에 대한 조정이 없다면 예산의 유연성이 제한적인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의 발표 시점이 장 마감 직후여서 시간 외 거래에 일부 반영됐지만 이번 주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금융시장 전망과 관련해 2개의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기록적 수준의 미국 재정 적자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스탠더드&푸어스(S&P)와 피치 등 여타의 주요 신용평가 기관은 이미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시장이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가 3대 신용평가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인 데다, 이미 2023년 11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강등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과거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2023년 11월 등급 전망을 하향한 뒤 1년 6개월 만에 단행된 ‘뒤늦은 예고성 강등’의 성격이 짙다”며 “이미 2차례에 걸친 신용등급 강등에 학습효과를 체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S&P와 피치가 이미 미국 등급을 AA+로 낮추었지만, 글로벌 신평사 중 무게감이 큰 무디스의 등급 하향조정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미치는 시사점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장 미국금리가 반등하고 일부 미국 자산들의 신뢰성에 타격에 관심이 클 수 있다”며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확대재정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10년물 국채금리 하락 여부 = 다만 미국의 부채 증가로 인해 미국채 금리는 상방 리스크에 수시로 노출될 것으로 판단된다. 관건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하락 여부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리스크 확산 여부는 미국 재정 리스크, 특히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안정 여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관세 리스크가 그나마 해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국채 금리의 추가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된 것이다.

지난 2011.8.5일 S&P의 신용등급 강등(AAA→ AA+)시 미국 S&P500 주가는 6.7% 급락했으나 국채가격과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강세를 보였다. 당시에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강화된 바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조정된 반면 국채 금리는 급락했고 달러화는 초강세 현상을 보였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코스피지수는 급락한 반면 달러-원 환율은 급등하는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배경에는 우선 S&P사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예상치 못한 이벤트인 동시에 미국이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상실했다는 충격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2023.8.1일 Fitch 강등시에는 미국 주가는 1.4% 하락하고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지만 달러화는 강세 시현한 바 있다. 이때도 미국 주가는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조정폭은 2011년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달러화와 금리는 다른 반응을 보인 점도 2011년 사례와는 대비된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가 동반 상승했고, 특히 미 신용등급 하락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박 연구원은 “2011년과 2023년 사례와 이번 무디스사 사례를 비교해 볼 때 공통점은 재정 우려”라며 “트럼프 2기 출범과 더불어 금융시장 내에 가장 핵심 이슈가 재정 리스크와 장기 국채 금리 리스크라는 점을 무디스가 재차 확인 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간 관세 및 환율 협의에 주목 = 오는 20~22일(현지시간)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캐나다에서 개최된다. 6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경제, 경제안보, 금융 범죄,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예정이다.

특히 가토 일본 재무상은 동 회의 기간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과 관세 및 환율 문제를 논의한다.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경제 재생상도 금주 미국을 방문해 3차 장관급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과 관련해 모든 국가와 만나 협상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며 협상을 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2~3주 내 관세율을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무역협상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국가의 경우 고율 관세를 통보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은 협상을 위한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으며,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월 마트에 대해서는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연준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셀 아메리카’ 재점화할까 주목 = 19일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1% 내외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가 등에서는 무디스의 이번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출렁였던 미국 자산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재점화할지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19일 오전 9시 36분 기준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100 선물은 각각 전장 대비 0.82%, 1.031% 내린 상태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658% 하락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4.4bp(1bp=0.01%p) 오른 4.475% 수준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6일 장 막판 4.49%를 찍은 바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하엘 슈마허 등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10년물 및 30년물 미 국채금리가 5~10bp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 달러화 가치는 약세인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과 엔화는 강세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오전 9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0.336 낮은 100.756 수준이다. 오전 9시 36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54엔 낮은 145.16엔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6% 오른 온스당 3,247달러 정도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는 약세다.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각각 0.44%, 0.52% 내린 상태다.

◆국내 증시 하락…원달러환율 1390원대 중후반 = 한편 19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장 초반 2610대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1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8.35포인트(0.32%) 내린 2,618.52다. 지수는 전장 대비 13.17포인트(0.50%) 하락한 2,613.70으로 출발한 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39포인트(0.74%) 내린 719.68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3.80포인트(0.52%) 내린 721.27로 출발해 하락 폭이 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5.5원 오른 1395.1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달러 가치는 지난주 말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올랐다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다시 하락했다. 환율은 이날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관세 협상 소식에 따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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