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거절’ 회계법인에 손배소, 상장사 패소

2025-05-19 13:00:08 게재

휴림에이텍, 다산회계 상대 400억원대 소송

‘자산 부풀리기’ 제동 ··· 법원 “부실감사 아냐”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회계법인에 4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코스닥 상장사 휴림에이텍(구 디아크)이 패소했다. 이 회사는 과거 실소유주 등이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회계법인에 책임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정당한 감사’로 판단한 것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휴림에이텍이 다산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소송제기 기간을 넘겼다며 청구를 각하하고 본안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2020년 4월 당시 디아크는 캐나다 기업 온코퀘스트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특허 등 무형자산 일체를 371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면서 2129억원 미지급금은 신주를 발행해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회사 자산은 4700억원으로 상승했다.

이후 디아크는 현물출자 인정을 창원지방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현물출자 감정 및 신주발행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불허했다. 다산은 이 결정을 근거로 무형자산 관련 검사증거 부족,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등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2021년 3월 디아크에 통보했다.

디아크는 “회계법인이 부당하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다산 법인에 416억원, 회계사 4명에게 53억~107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2021사업년도 회계감사는 다른 회계법인에 의뢰해 적정 의견을 받았다.

재판부는 “감사인이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2022년 4월 소송을 제기해 제척기간(소송제기기간)을 도과했다”며 각하 결정했다. 본안에 대해서는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다산이 부실감사를 하고, 감사계약을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온코퀘스트는 3년간 매출액이 없었고, 다른 회계법인 평가보고서는 디아크 또는 온코퀘스트가 제공하는 신약개발 성공에 따른 가정과 자료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사실상 자금 120억원을 지출해 무형자산 3751억원을 취득하고 그 차액은 사채발생과 신주발행으로 정리하려 한 것”이라며 “재무제표상 수천억원 가공자산과 부채의심이 있는 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다산 관계자는 “일부 기업이 감사의견에 불만을 품고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감사인의 전문적인 판단을 위축시키고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판단은 한 회계법인의 승소를 넘어 회계업계 전체적 감사 독립성과 공공적 역할을 확인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림측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관련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 2023년 7월 디아크 실사주 이 모씨와 경영진, 공인회계사 4명 등 총 9명을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9월 디아크와 자회사 관계를 은폐한 뒤 감사의견 거절을 숨기고 자회사를 코스닥에 등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한 명의 회계사는 허위 가치 평가보고서를 발행하고 5500만원을 수수한 혐의(공인회계사법 위반)로 구속됐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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