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향하는 ‘홈플러스 사태’ 수사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압수수색, 출국정지 조치
기업회생 준비·채권발행 보고 받았나 규명 주목
홈플러스 채권 사기 발행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서 주목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다. 검찰이 의혹의 최고 정점으로 꼽히는 김 회장의 혐의를 규명해낼지 관심을 모은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한 김 회장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한데 이어 법무부를 통해 김 회장을 출국정지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출입국관리법에에서는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출국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김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다. 그동안 해외에 줄곧 머물러왔던 김 회장이 다시 출국할 경우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번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김 회장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던 길로 검찰과 귀국일정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MBK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때에도 김 회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했지만 그가 해외 체류 중인 탓에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검찰이 김 회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함에 따라 최고 경영진을 향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MBK 경영진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하면서 이를 숨긴 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됐고 나흘 만인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는데 이에 앞서 2월 한달에만 1500억원이 넘는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3일 전인 2월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하기도 했다.
기업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금융채무가 동결되는 만큼 홈플러스와 MBK가 기업회생을 계획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MBK는 채권 발행에 관여한 바 없고,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회생 절차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2월 28일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평가사의 통보시점 이전부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채권 발행과 기업회생 신청 등 주요 경영계획을 보고 받고 승인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와 MBK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점과 상당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와 MBK 사무실, 김 회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달 12일에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신용평가사를 압수수색하고 13일에는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법조계에선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과 채권 발행 등을 인지하고 승인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그만큼 최고 윗선의 관여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김 회장의 휴대전화 등을 토대로 홈플러스·MBK 경영진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한 시점, 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한 시점 등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회장과 김광일 MBK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