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에 코스피 상장사 1분기 순이익 42% 증가

2025-05-20 13:00:08 게재

코스닥 순익 27% 감소 … 내수 부진에 중소형사 역성장

하반기 관세 영향 본격 반영 … 환율 변동에 불확실성 ↑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 효과로 수출주도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코스닥 기업들의 순이익은 26.78% 감소했다. 내수 부진에 중소형기업들은 역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상보다 실적이 양호했던 코스피의 경우도 하반기부터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는 등의 변동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흑자 기업 수는 줄어 = 2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636개사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6조995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47% 늘었다. 2010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매출액은 759조1712억원으로 6.65%, 순이익은 51조5279억원으로 41.79% 늘었다. 다만 흑자 기업은 478개사로 전년(496개사) 대비 18개사가 줄었다. 작년 대비 흑자가 지속된 기업은 431개사, 흑자로 전환한 기업은 47개사였다. 적자 기업은 140개사로, 이 중 93개사는 적자가 지속됐고 65개사는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를 앞세운 전기·전자 업종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또 제약, 엔터테인먼트, 조선, 방산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뚜렷했다. 업종별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은 전기·가스(93.77%)와 제약(87.46%) 전기·전자(40.44%), 화학(31.12%), 통신(23.43%) 등이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실적이 견조한 것은 작년 1분기의 기저효과에 더해 관세 발표 직전 급증한 선주문,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52.9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발 관세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코스닥 부채비율도 증가 =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닥 상장기업 1212개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67조801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6%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29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6% 소폭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5625억원으로 26.78% 급감했다. 부채비율은 109.45%로 작년말 보다 4.57%p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31%로 전년보다 0.23%p 낮아졌으며 순이익률도 2.30%로 0.98%p 하락했다. 흑자 기업 수는 644개사로 지난해 713개사보다 줄었고 적자 기업은 499개사에서 568개사로 늘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 순이익이 95.59%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이밖에 부동산(-90.4%), 건설(-64.6%), IT서비스(-70.92%) 업종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기업들은 금리 부담과 소비 둔화, 투자 위축 등 내수 악재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신중한 접근 필요 =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1분기 실적이 견조했던 것은 작년 1분기 부진의 기저효과에 더해 관세 발표 전 선주문 집중,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 실적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2분기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당초 우려 대비 양호했음이 확인됐고, 가이던스가 대체로 양호하여 2분기 전망치가 반등하는 등 상반기는 우려보단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잠재적 불확실성 요인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상장기업 실적의 주요 리스크는 △특정 품목/국가 대상 관세 부과 영향 본격화 시 가격 경쟁 심화 및 수익성 악화 가능성 △관세 부과 이슈 부각 이전 1분기 중 발생한 일부 품목의 수요 선반영 효과로 인한 하반기 실제 수요 둔화 우려 △3분기 이후 시장 견인 명확한 성장 동력 부재에 따른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등”이라고 말했다.

설태현 DB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2분기까지 실적개선 기대감이 이어지다가 3분기부터 기대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 연구원은 “1분기 서프라이즈 달성에도 연간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어 연내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시장 전체의 영업이익 호조에도 불구하고 특정 업종을 제외할 경우 낮아진 기대치를 하회하는 경우도 많아 업종별 실적 방향성을 점검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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